"자료 모으려고 40년간 유럽 전역 뒤졌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북동부의 모(Meaux)에 개관한 세계대전 박물관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관람객 1만8000여명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참전국 군복 200여종을 비롯해 소총과 택시, 참호와 취사장, 포스터와 전장에서 군인들이 피웠던 담배까지 당대 역사를 충실하게 복원한 것이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박물관이 소장한 1차세계대전 관련 자료 5만점은 아마추어 역사가이자 수집가인 장 피에르 베르네(65)씨가 기증했다.

베르네씨는 "자료를 모으려고 40년 동안 1차세계대전과 관련된 곳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1946년생인 그는 세 살 때부터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조부모 댁에서 매년 여름을 보냈다. 조부모가 살았던 수피르는 세계대전의 격전지였고, 전후 참전 용사와 상이군인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베르네는 16세 때 외가가 독일계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프랑스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계이니, 세계대전의 양쪽이 내 안에 절반씩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전쟁을 다룬 역사서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처럼 전쟁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르포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다녔다. 1968년에는 손수 자동차를 몰아 이탈리아와 동유럽을 거쳐서 터키와 중동, 인도까지 1년 반 동안 돌아다녔다. 그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의 벼룩시장과 중고품 가게를 모두 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철모 하나를 구하려고 한해 바캉스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현재의 박물관 근처에 있는 자택 정원과 헛간에 가득 찼다.

지난 2000년 은퇴한 그는 40년간 수집해온 자료를 전시할 박물관 건립을 꿈꿨다. 프랑스의 27개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니며 박물관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4년 만인 2004년 프랑스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무총장이자 모의 시장인 장 프랑수아 코페가 지원을 약속해 7년 만에 박물관을 열 수 있었다. 베르네는 "1차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유럽인들은 종전 후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확히 20년 뒤에 더욱 참혹한 전쟁이 터졌다. 또 한 번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