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응급환자 오면 3개과(내과·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동시 진료

대전시의 종합병원 선병원의 응급센터에서는 야간에 응급환자가 오면 내과·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동시에 진료에 나선다. 일반 병원처럼 응급실 의사가 먼저 환자를 보고 해당 분야 전문의에게 추가 진료를 의뢰하는 식이 아니다. 신속 진단과 처치를 위해 10여명의 내·외과 전문의가 매일 교대로 당직을 서며 응급환자를 최일선에서 맞는다. 이 병원은 최근 응급센터에 30여억원을 투자해 규모를 3배 확장하고, 각종 첨단 기기를 들여놨다.

지방의 560병상 중급 규모 종합병원이 응급의료에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해 의료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첨단 응급전용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센터 내에 설치했으며, 심장과 뇌질환 치료에 쓰이는 혈관조영술 기기를 응급 환자 우선으로 쓰기 위해 센터 바로 옆에 붙여놨다. 이들 기계는 초고속 촬영을 통해 진단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영상장비들이다. 운영비 대비 수익률 즉 응급실 원가보전율이 68%인 우리나라 응급 의료수가(醫療酬價) 상황에서, 대학병원도 아니고, 매년 정부 지원금을 2억~3억원 받는 지역 거점 권역 응급의료센터도 아닌 지방의 종합병원으로서는 '응급실 모험'으로 비친다.

선병원은 응급센터 내에 중증 외상환자 전용 수술실을 갖추고 즉각적인 현장 수술 시스템을 갖췄다. 턱뼈나 광대뼈 골절 등 얼굴 외상 환자 처치를 위해 치과의 구강외과 의사도 24시간 배치했다. 벌써 소문을 듣고 대전·충남지역 안면 손상 환자가 매일 밤 7~8명씩 이곳을 찾는다.

중증 환자가 오면 진료 정보가 마취통증의학과·신경외과·흉부외과 등 관련 분야 임상 과장들에게 핸드폰 SMS(문자서비스)로 즉시 통보된다. 응급 수술이 벌어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라는 뜻이다. 구관우 응급의학과 과장은 "치료 현장에서 각 분야 임상과장들의 조언을 얻기 위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며 "응급센터가 종합병원 속에서 24시간 가동되는 또 하나의 병원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초(超)응급환자 대처를 위해 앰뷸런스 전용 게이트를 마련했다. 걸어 들어오는 환자들과 구별해 보다 빠른 처치를 하기 위해서다. 구급차 게이트 설치는 국내 응급센터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응급환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별일이 없는지 체크하는 응급전담간호 서비스도 운영한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다른 병원이 투자를 꺼리는 곳에 승부를 거는 역발상으로 응급의료에 집중했다"며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가는 상황에서 응급환자 처치를 잘하는 것이 지방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