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공사중인 시청역사… 교통체증 부추긴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시청역 사거리에는 서소문로에서 광화문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과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이 뒤엉켜 '꼬리 물기'가 이어졌다. 출·퇴근 러시아워를 한참 지났지만 차량 혼잡은 심각했다. 시청역 사거리에서 1개 차로를 막고 진행 중인 공사로 인해 2년 가까이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의 꼬리 물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3년간 이어지는 공사

서소문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은 공사 가림막 때문에 태평로 쪽 차량 흐름이 보이지 않아 좌회전 후 앞차를 미처 못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많다. 하지만 공사장 주변에는 이에 대한 주의를 경고하는 표지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공사는 서울메트로가 주관하고 있는 '시청 역사 시설 개선공사'로 지하철 1·2호선 환승 통로를 넓히기 위해 2010년 3월부터 시작해 2013년 3월에 끝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는 2호선에서 1호선 (서울역 방향)을 잇는 폭 5m 기존 환승 통로(101.9m)와 반대 방향 환승 통로(26.5m)에 폭 4.45m의 통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기존 환승 통로에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밖에 없어 상·하 양방향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려는 것이다.

시청역은 2008년 이용 승객 1인당 차지하는 면적(러시아워 기준)을 따지는 설계 서비스 수준 분야에서 최하위인 F등급(이동시 타인에게 떠밀려 움직이는 수준)을 받았다. 이번 공사로 F등급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통제기간 많고 지장물 많아 공사기간 길어져"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지하 1.5~2m를 파 환승 통로 공사구역을 확보하고 그 위를 판으로 덮는 복공공사(땅을 파낸 뒤 철판 등으로 덮는 공사)다. 복공공사 구역이 1~2개월마다 바뀌기 때문에 전체 공기(工期)가 길게 잡혔다.

서울메트로의 장승주 토목처 대리는 "환승 통로가 태평로(숭례문~광화문사거리)와 비스듬하게 교차하고 있어 전체 도로(10차선) 중 1~2차선씩 막고 한 단계가 끝나면 옆 차선으로 넘어가 다시 도로를 파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교통 흐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서울시 교통소통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공사 때문에 광화문에서 숭례문 방향 도로는 기존 5차선에서 4차선으로 1차선이 줄었다.

이 공사에 대한 감리를 맡고 있는 박성우 책임감리원(신성엔지니어링)은 "도심지역이라 주요 인사가 자주 지나는 만큼 경찰에서 일정 시간 공사를 통제하는 일이 잦다"며 "땅속에 상수관, 전력선 등 30여 가지 지장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공사기간이 길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현재 시청역 공사는 전체 15단계 중 7단계로 1월 말 8단계 공사가 끝나면 도로를 드러내는 복공공사는 끝난다. 대규모 복공공사 구간은 줄지만 차량 흐름을 막는 구간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김영근 현장소장은 "2월부터 연말까지는 복공공사로 확보된 공간에서 본격적인 환승 통로 확장 공사를 시작한다"며 "이 기간에는 작업구 2개만 지상에 있기 때문에 차량 정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운전자 김주영(46)씨는 "시청역 공사 때문에 출·퇴근시간에 너무 막히고 운전하기도 쉽지 않다"며 "서울 도심의 교통 흐름을 저해하는 공사치고 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공사를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공사장으로 인해 점유되는 도로 위 공간에 대한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시청역처럼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일수록 공사 설계시 현장 도로 상황을 감안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