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는 거? 해보면 압니다"
입력 : 2012.01.16 04:13
솔벗자원봉사회 김철호 이사장
수술받던 누나 피 모자랄 때 팔 내밀던 친구들 보고 결심, 젊은 시절부터 지역 봉사활동
성남 옮긴 뒤 사업 실패… 새벽 주차장 청소하며 봉사, 작년 '성남 봉사대상' 수상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주차장 청소일을 하는 김철호(55)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5년 김씨의 둘째 누나가 장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받게 됐다. 11살 위인 누나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김씨는 어린 조카 둘을 달래며 초조한 마음으로 병실을 지켰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측은 수혈용 혈액이 부족하다고 알려왔다. 가족들이 피를 구해야 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허탕을 친 김씨가 피를 구해야 하는 사연을 담임선생님께 하소연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그가 다니던 강원도 원주 영서고등학교의 같은 반 친구 전원이 헌혈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검사를 통해 건강이 좋지 못한 몇몇을 제외한 34명의 학생들이 헌혈에 동참했고, 누나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건 기적이었지요. 남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거든요. 친구들의 헌혈 덕분에 누나가 새 생명을 얻는 것을 보고 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친구들에게서 기적을 봤고, 사람이 힘을 모으면 그런 기적이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평생 남을 돕고 살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겼다. 경기도 성남의 지역봉사단체 ㈔솔벗자원봉사회 이사장인 김씨의 이웃돕기는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봉사
고교 졸업 후 고향인 원주에서 양복점 일을 했던 김씨는 당시 중·고교 동문회 활동을 하며 동창들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시작했다. 김씨는 "70~80년대만 해도 주위에 학비나 방세를 못내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느냐"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과 함께 그런 어려운 학생들을 돕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동문회 동기회장을 맡은 그는 매달 회원들에게 5만원씩 기금을 모아 지역 고아원을 후원하고, 장학금도 지원했다. 갈빗집을 운영할 때는 인근 경로당 노인들에게 불고기를 대접하고, 축구선수를 꿈꾸던 소년 가장을 10년간 후원했다. 지역 학교에서 추천받은 소년·소녀 가장들을 초청해 매달 갈비를 제공하는 것도 그에겐 기쁨이었다.
그는 "받는 것보다 주는 데서 기쁨을 느끼니 내가 가진 것부터 나누게 됐다"며 "내가 대접하는 음식으로 웃음을 찾는 이들을 보며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원주 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맡기도 한 그는 회원들을 부모가 없는 영·유아들의 양부모로 이어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양부모 결연이란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마흔이 넘은 남자들이 직접 영·유아들을 목욕시키고 2시간 정도 안아주고 나면 모두 눈물을 흘렸다"며 "남을 위한 봉사가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건 기적이었지요. 남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거든요. 친구들의 헌혈 덕분에 누나가 새 생명을 얻는 것을 보고 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친구들에게서 기적을 봤고, 사람이 힘을 모으면 그런 기적이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평생 남을 돕고 살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겼다. 경기도 성남의 지역봉사단체 ㈔솔벗자원봉사회 이사장인 김씨의 이웃돕기는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봉사
고교 졸업 후 고향인 원주에서 양복점 일을 했던 김씨는 당시 중·고교 동문회 활동을 하며 동창들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시작했다. 김씨는 "70~80년대만 해도 주위에 학비나 방세를 못내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느냐"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과 함께 그런 어려운 학생들을 돕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동문회 동기회장을 맡은 그는 매달 회원들에게 5만원씩 기금을 모아 지역 고아원을 후원하고, 장학금도 지원했다. 갈빗집을 운영할 때는 인근 경로당 노인들에게 불고기를 대접하고, 축구선수를 꿈꾸던 소년 가장을 10년간 후원했다. 지역 학교에서 추천받은 소년·소녀 가장들을 초청해 매달 갈비를 제공하는 것도 그에겐 기쁨이었다.
그는 "받는 것보다 주는 데서 기쁨을 느끼니 내가 가진 것부터 나누게 됐다"며 "내가 대접하는 음식으로 웃음을 찾는 이들을 보며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원주 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맡기도 한 그는 회원들을 부모가 없는 영·유아들의 양부모로 이어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양부모 결연이란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마흔이 넘은 남자들이 직접 영·유아들을 목욕시키고 2시간 정도 안아주고 나면 모두 눈물을 흘렸다"며 "남을 위한 봉사가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성남 솔벗자원봉사회와의 만남
원주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던 김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들을 따라 지난 2008년 경기도 성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원주에서 갈빗집을 했던 경험을 살려 경기도 광주에 해물음식점을 열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식당 폐업으로 모은 돈을 다 날리면서 그는 2년 넘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힘은 바로 봉사였다.
식당 문을 닫은 직후 그는 성남의 솔벗자원봉사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자연과 사람에게 소나무같이 변치않는 친구'라는 뜻의 모임 이름답게 회원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망이 되고, 마음으로 하는 봉사'를 모토로 소문내지 않고 이웃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그는 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탄천과 남한산성 환경미화 활동, 재활원·보훈병원 봉사, 연말 연탄 배달, 눈 치우기, 경로당 지원사업, 광주 곤지암천 범람 수해 복구, 불우 가정 무료 도배봉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등 지역 밀착형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사무국장으로 1년간 활동한 그는 2010년 솔벗자원봉사회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지역 대학과 청년회까지 참여시켜 봉사회 회원 수를 150명에서 600여명 규모로 키워냈다. 작년 말 성남시 자원봉사의 날 행사에서는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했다. 27살인 아들과 25살인 딸도 주말마다 그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3개월 전부터 한 달에 116만원을 받고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서울 강남우체국 주차장 청소일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번 돈 가운데 매달 50만~100만원씩 사회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좌절하는 이들을 찾아가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새해에도 성남 시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던 김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들을 따라 지난 2008년 경기도 성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원주에서 갈빗집을 했던 경험을 살려 경기도 광주에 해물음식점을 열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식당 폐업으로 모은 돈을 다 날리면서 그는 2년 넘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힘은 바로 봉사였다.
식당 문을 닫은 직후 그는 성남의 솔벗자원봉사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자연과 사람에게 소나무같이 변치않는 친구'라는 뜻의 모임 이름답게 회원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망이 되고, 마음으로 하는 봉사'를 모토로 소문내지 않고 이웃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그는 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탄천과 남한산성 환경미화 활동, 재활원·보훈병원 봉사, 연말 연탄 배달, 눈 치우기, 경로당 지원사업, 광주 곤지암천 범람 수해 복구, 불우 가정 무료 도배봉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등 지역 밀착형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사무국장으로 1년간 활동한 그는 2010년 솔벗자원봉사회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지역 대학과 청년회까지 참여시켜 봉사회 회원 수를 150명에서 600여명 규모로 키워냈다. 작년 말 성남시 자원봉사의 날 행사에서는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했다. 27살인 아들과 25살인 딸도 주말마다 그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3개월 전부터 한 달에 116만원을 받고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서울 강남우체국 주차장 청소일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번 돈 가운데 매달 50만~100만원씩 사회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좌절하는 이들을 찾아가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새해에도 성남 시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