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TALK] 공항서 협찬 가방 들기 싫어 당번 정해놓는 걸그룹도

A브랜드의 백팩은 빅뱅의 지드래곤이 공항에서 멘 모습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매달 3500개 이상 팔려나갔다.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청바지 브랜드 B와 40만원대 스니커즈 브랜드 C는 고소영이 공항에서 착용해 이름을 알렸다. 스타들의 해외 입·출국 패션스타일인 '○○○ 공항패션'의 위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패션 업체들의 '공항 패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패션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고 스타들이 공항에서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 대부분이 업체들에서 협찬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공항 패션만 겨냥해 홍보하는 브랜드도 있다"고 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연예인 담당 코디에게 연예인 '직찍'(직접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다는 조건으로 뒷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홍보대행사 직원이 공항에 가서 스타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릴 때도 있다"고 했다. 모 액세서리 브랜드 관계자는 "평소에 연예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물건을 조금씩 주는 걸 업계 용어로 '시딩(seed ing·씨 뿌리기)'이라고 하는데, 공항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폼목을 '시딩'해 놓고 나중에 출국할 때 좀 써달라고 한다"고 했다.

광고 모델 계약을 할 때 공항에서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반드시 착용한다는 조건이 들어가기도 한다. 모 패션 전문가는 "국산 패션 브랜드 D의 모델로 활동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해당 브랜드 가방을 들고 싶지 않아 멤버끼리 당번을 정해놓고 공항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든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업체들이 공항 패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드라마 속 패션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공항에서 스타들이 입는 옷은 자연스러운 평상복 같아 현실감이 있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효과가 큰 편"이라 했다. 그러나 공항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협찬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패션브랜드 MCM 김동림 마케팅팀장은 "공항 패션은 연예인이 평소 자신의 패션 감각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싫으면 안 하려고 한다"며 "그런 면에서 업체 입장에선 다른 협찬에 비해 더 까다롭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