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이 내 미국인 남편 보고 '왜 이런 사람과 살죠?' 묻더라"

이쯤 되면 '이미지의 테러'다. 요란하고, 시끄럽고, 선동적인 이미지들이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운다. 3월 13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재미(在美) 작가 천민정(39·미국 메릴랜드 미술대학 교수)의 '폴리팝(Polipop)'전이다. 폴리팝은 '폴리티컬 팝(political pop)' 즉 정치와 팝아트의 결합이다.

온통 새빨간 색으로 칠한 전시장 벽 한가운데에는 김정일을 일본 게임 캐릭터인 포켓몬으로 희화화한 그림이 걸려 있다. 작품 제목은 '포크맨(Pokeman)'. 천민정은 "북한권력의 프로퍼간다적인 면을 비판하고 싶었다. 마침 '조롱하다'는 뜻인 영어의 'poke fun at'의 'poke'가 포켓몬(Pokemon)의 철자 앞부분과 유사해 김정일을 포켓몬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상 작품 '독도로의 여행'은 독도로 가는 뱃길을 담은 영상과 '독도의 날'인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독도 마라톤'에 작가가 직접 참여해 뛰면서 스파이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합성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의 딸로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유학한 천민정은 우주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사색적인 작업을 해 왔던 작가. 폴리팝으로 전환한 것은 2004년 여름 미국인 남편과 함께 금강산 관광을 다녀오고부터다. "관광 안내를 맡았던 북한 여성이 제 남편을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 '언니, 어떻게 이런 사람과 살아요?'라고 물었어요. 미국인을 바라보는 남한과 북한의 시선이 너무나도 다른 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2005년 서울에서 북한 여군을 본뜬 인형 99개를 놓고 북한 여성의 순진함과 체제의 비정함을 대비시키는 전시를 열었던 천민정은 그 이후 줄곧 북한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이슈를 주제로 작업했다.

전시에는 이 밖에 '예스 위 캔!(Y es, we can!)'이라는 캠페인 구호를 외치는 오바마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에서 일하는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구호인 '위 캔 두 잇!(We can do it!)'을 부르짖는 작가 자신의 사진을 결합시킨 '예스 위 캔! 오바마와 나' 등이 나왔다. "오바마가 세상을 바꾸려고 했듯, 예술가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선언을 담은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02)737-3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