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악재에 단련된 증시… '블랙 먼데이' 없었다

지난주말 투자자들은 작년 8월 증시를 강타했던 '블랙 먼데이'의 공포를 떠올려야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3일(현지시각)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8월 5일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증시가 이틀 동안 140포인트 넘게 폭락했던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은 크지 않았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16.41포인트(0.87%) 내린 1859.2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이틀 연속 증시가 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금융·경기민감주 '선방'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신용경색 위기와 재정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하락하는 금융주와 경기민감주도 선방(善防)했다. 신한지주가 2% 넘게 하락했지만, KB금융·우리금융·기업은행은 조금 내리는 데 그쳤고, 하나금융지주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NH투자증권의 조성준 연구원은 프랑스 신용등급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할 때 단기적으로 음식료와 유통, 생활용품, 보험, 통신과 같은 경기 방어주에 투자하고, 증시가 충분히 조정을 받고 나서는 디스플레이와 전기전자 하드웨어, 자동차, 화학주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증시 지탱한 '삼박자'

유럽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태에도 국내 증시가 비교적 초연한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예견된 악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 세계 금융가(家)에서는 설마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겠느냐는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그동안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리 S&P의 발표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이 긴축 기조를 완화하며 세계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안정되고 있다는 점도 충격을 흡수했다. 게다가 지난해 8월 초 증시는 사상 최고치 부근인 2000선에서 움직였지만, 지금 증시는 1850선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악재를 반영한 수준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탈리아 등 국채 입찰 결과 지켜봐야"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루머로 돌았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설(說)이 확정되며 오히려 불안 요인이 줄었다며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점검해야 할 것은 있다.

우선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강등 여부다. EFSF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유럽 불량 재정국에 지원할 구제금융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져 재정위기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 불량재정 국가들의 국채 입찰 결과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탈리아와 이들 국채 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재정위기 우려도 줄어들겠지만, 국채 입찰 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국내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