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양보한 남편은 끝내… 유람선 순애보

"남편은 내 목숨을 구하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라졌어요."

승객과 승무원 약 4200명을 태운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이하 콩코르디아호)가 13일(현지시각) 밤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 질리오 섬 앞을 통과하며 기적을 울렸다. 승객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툴르즈에 사는 프란시스 세르벨(71)과 부인 니콜(61) 부부도 니콜의 생일을 맞아 자녀들이 마련해 준 크루즈 여행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오후 9시 30분쯤 질리오 섬 150m 앞에 이르렀을 때 배가 굉음과 함께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배가 좌초했다는 사실을 알고 구명정과 구명조끼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세르벨 부부도 그들과 함께 움직였지만 젊은이들처럼 행동이 재빠르지 못했다. 결국 구명조끼를 하나밖에 구하지 못했다. 배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남편은 아내에게 함께 바다에 뛰어들자고 했다. 하지만 니콜은 수영을 하지 못했다.

니콜이 망설이자 프란시스는 하나 남은 구명조끼를 아내에게 입힌 뒤 입을 맞추고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 뛰어내려요. 걱정하지 말고"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고 니콜은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 물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날 토스카나 주변 해역의 수온은 8도였다. 니콜이 큰소리로 남편을 찾자 어둠 너머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하지 마요. 난 괜찮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남편은 사라졌다. 니콜은 파도에 떠밀려 근처의 바위로 올라갔고 마을 주민들에게 구조됐다. 그러나 괜찮을 거라던 남편은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노부부의 안타까운 이별은 니콜이 16일 프랑스 RTL 라디오에 출연해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알려졌다. 허핑턴포스트는 이 소식을 전하며 "남편이라면 아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가 한 것"이라고 했다. 니콜은 라디오에서 "내 아이들과 손주들을 떠올리며 살아남으려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니콜 외에 막다른 궁지를 헤쳐나온 이들의 사연도 알려졌다. 콩코르디아호의 무용수 제임스 토마스(19)는 배가 기울어져 구명보트와의 간격이 벌어지자 190㎝의 큰 키를 이용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토마스는 팔을 뻗어 구명정 난간을 잡았고 사람들은 그의 몸을 사다리 삼아 구명정에 올랐다. 토마스는 "마지막으로 내 몸을 타고 올라간 프랑스인 남자가 내 소매를 끌어당겨 올려줘 함께 탈출했다"고 했다.

한편 사고 발생 만 사흘이 지나면서 추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해경은 16일 실종자 수가 기존의 16명에서 8명 더 늘어난 24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망이 확인된 승객은 프란시스를 포함해 1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