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는 기절… 시속 100㎞ 심야버스 구사일생

심야에 고속버스를 몰던 운전기사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했으나 승객들의 재빠른 조치로 위기를 넘긴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5일 0시 25분쯤 경기도 한 버스회사 소속 고속버스가 승객 7명을 싣고 서울에서 안동으로 가기 위해 중앙고속도로 위를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휴게소를 3㎞가량 앞둔 지점에서 갑자기 버스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버스 입구에서 2번째 줄 좌석에 앉아있던 천모(21)씨가 화들짝 놀라 운전석을 쳐다 보니 운전기사 김모(53)씨가 정신을 잃은 채 입구 쪽으로 쓰러져 있었고, 버스 핸들은 무방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는 그 상태에서도 1차선 위를 시속 100㎞로 달리고 있었다.

재빨리 운전석으로 뛰어간 천씨는 버스가 일직선으로 운행되도록 핸들을 꽉 붙잡은 뒤 "아저씨 왜 이러세요?"라고 외쳤고, 이어 승객 박모(41)씨가 달려와 운전기사를 빼내 바로 뒷 자리에 앉힌 뒤 운전석에 앉아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불과 1분여 만에 이뤄진 상황이었다.

1종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박씨는 조심스레 버스를 몰아 3분쯤 뒤 치악휴게소 안에 차를 세웠다. 잠에서 깬 나머지 승객들은 가슴만 졸이다 사태가 종료되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승객들은 휴게소에서 1시간여 동안 기다리다, 연락을 받고 투입된 버스회사 예비차량에 옮겨 타고 오전 4시가 되서야 목적지 안동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승객들은 해당 버스회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황당한 이야기만 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후 찾아간 승객들에게 "여긴 왜 오셨어요?"라고 했고, 승객들이 이번 사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날 일을 사고라 하는데, 차량이 전복 또는 충돌로 인해 파손되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해야 사고"라는 대답만 들었다.

회사는 또 사고를 낼 뻔한 운전기사 김씨가 휴게소에서 의식을 되찾자 몰고 왔던 버스를 운전해 안동까지 가도록 했다.

회사측은 "이후 승객들에게 연락해 '기지로 위기를 잘 대처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며 "운전기사는 일시적인 현기증 증세로 의식을 잃었을 뿐 현재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주말쯤 승객들을 다시 만나 보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