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공연 민간 작품과 배틀로 무대에 올리겠다

"슈퍼스타K가 대세인 시대,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관객의 평가로 결정하는 경선제로 가겠다."

지난 10일 취임한 박인배(58)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7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하 9개 예술단체의 공연을 민간 단체 작품과 경합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요즘은 관객의 평가를 받는 경연을 통한 검증이 대세"라며 "전속 단체와 민간 창작 집단이 동시에 연출안에 공모하고, 시연된 결과를 다시 검증한 후 일부를 다시 뽑아 검증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하 단체와 민간 단체 간의 '서바이벌' 경연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경선으로 가되, 단원 개인 역량을 평가하는 오디션체제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연극을 시작했다. 극단 연우무대를 거쳐 1988년 민족극을 주로 하는 극단 '현장'을 창단한 그는 집회나 파업 현장을 찾아다니며 노동극을 선보였다. 그가 연출한 '노동의 새벽'은 박노해의 시를 마당극으로 꾸민 노동극의 고전이다. 1991년 4월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민중가요 테이프 5종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정책실장·기획실장·상임이사 등을 지내며 '민예총의 브레인'으로 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는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민중'을 중시했던 그의 무게중심은 '관객'으로 옮겨왔다. 박 사장은 '관객의 선택'을 강조하며 "관객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거기에 따른 정책을 개발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문 연구자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체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세종문화회관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첫 번째 꿈"이라며 "각 자치구의 문예회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창작자를 서로 교류해나가도록 발전시키겠다"고도 했다. 박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5년 1월까지 세종문화회관의 경영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