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따스한 밥 한술 나누면 좋죠"

"별거 아니에요. 내게 남는 것을 아껴 나누는 것뿐이죠. 이웃과 나누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살맛도 더 나는걸요."

류씨는 "1남 3녀 자식을 큰 탈 없이 잘 키웠고 생활하는 데 큰 걱정이 없으니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류씨는 쌀을 나누는 일 외에도 김장나눔 행사나 떡국나누기 행사가 있으면 김장용 배추와 쌀을 지원하는 등 마을의 봉사활동에는 언제든 내일처럼 뛰어든다.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지역 자생단체 회원으로 아침 일찍부터 거리질서 캠페인에 나서는 등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류씨에게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류씨는 "힘이 닿는 한 꾸준히 일하고 수확한 쌀을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계속 누릴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명절 때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따스한 밥 한술이라도 같이 뜨면 얼마나 좋아요. 제가 가진 걸 나눌 수 있어 기쁠 따름이죠."

대전시 중구 유천1동 류지현(63)씨는 13년째 소외된 이웃을 돕는 '천사 농사꾼'이다. 류씨는 2000년부터 해마다 손수 농사지어 수확한 쌀을 설 명절을 앞둔 이맘때쯤 독거노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을 거르지않고 있다.

류씨는 지난 16일 유천1동 주민센터를 찾아 쌀 2000㎏(20㎏ 100포대)을 기탁했다. 주민센터에 전달된 쌀은 450만원 상당으로 그가 작년에 수확한 쌀의 30% 정도에 이른다. 류씨는 이날 쌀을 기탁한 것 외에도 동네 노인 100명을 인근 식당에 초청, 점심을 대접하며 온정을 나눴다. 그는 작년에도 수확한 쌀 2000kg을 "어려운 이웃 100명에 전해달라"며 주민센터에 기탁하고 주변 노인 70여명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류씨가 어김없이 정성껏 수확한 쌀을 전달하며 정을 나누는 이유는 설 명절을 앞둔 이때가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이 더욱 시리고 아파지는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류씨는 "불우 이웃이 조금이나마 훈훈하게 명절을 보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쌀 기부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류씨는 젊은 시절 농사를 짓다가 1977년부터 1997년까지 20년 동안 유천동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며 쌀 도매업에 종사했다. 쌀가게 운영을 접은 뒤 1999년부터 충남 논산시 채운면에 논을 사서 다시 농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일은 힘들었지만 수확의 기쁨을 주변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수확한 쌀을 꼭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여유분을 주변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부인 홍정순(62)씨와 함께 아흔을 앞둔 노모(89세)를 극진히 봉양하고 있는 류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제철 유천1동장은 "류 선생님은 작은 빌라에 사는 등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삭막한 동네 분위기에 꾸준한 선행으로 온기를 불어넣고 계신 천사 같은 분이라 주민 칭찬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유천1동 일대는 한때 성매매업소 등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밀집했던 곳이지만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 모두 문을 닫으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과 혼자 사는 영세가구 등 1인세대가 전체 3700여 가구 가운데 42%에 달하고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가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