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시내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세우기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도시계획 관련 위원회 심의 시 '원칙'과 '공공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구단위 구역 상업지역에서 상업 활성화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에 대한 심의가 엄격해진다. 아울러 인접한 저층 지역의 일조권을 침해하거나 도시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는 고층·고밀도 개발에 대한 심의도 강화된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올 들어 처음 열린 도시·건축 공동위원회에서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이 포함된 광진구 중곡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보류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지역은 일반주거지역이었지만 지난 2002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활성화 차원에서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했던 곳"이라며 "상업지역인 이곳에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이 들어설 경우 당초 의도한 상업지역 활성화라는 '원칙'에 따른 취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고층 아파트가 주변 낮은 건물의 일조권 등 주거 환경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건물 최고높이를 40~120m로 제출한 높이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같은 날 위원회에 함께 상정된 동대문구 신설동 지구단위구역 안의 관광숙박시설(호텔) 용적률을 높여주는 계획안도 "공공성이 부족하다"며 보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개공지(公開空地)를 건물 부지 모퉁이 또는 뒤쪽에 배치해 건물 사용자들만 폐쇄적으로 이용하게 했다"며 "당초 공개공지 설치목적에 맞게 지역주민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개공지'는 도심에 건물을 짓는 건축주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시민 휴식공간으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놓은 땅이다.
서울시는 주차 진입을 위해 늘어선 차들이 주변 도로까지 이어져 차량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주차대기 차량을 감안해 이를 개선하도록 했다. 신축 관광호텔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외관 디자인 등도 보완을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더불어 잘 사는 도시를 가꾼다는 새로운 시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공공성과 원칙은 이전부터 다양한 심의 원칙 중 하나였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가장 중요한 심의 기준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성과 원칙에 치중한 부동산 정책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포함한 중곡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서울시 도시·건축 공동위원회에 상정한 광진구 측은 "상업지역에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속도가 더뎌 주거기능을 더해 상업지역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는 서울시로부터 결정내용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뒤 추후 진행방향에 대해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중곡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개인 재산권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개인의 이익도 어느 정도 허용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으면 수익은 높지만 주거요건은 안 좋기 때문에 원래 취지에 따르면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것이 맞다"며 "기존에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규제를 엄격히 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시행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져 우려가 클 것"이라며 "주상복합 개발 전략은 수정해야겠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마땅히 수익을 올릴 다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