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이마트 대표 "우리 회사 정규직 중 대졸자는 단 14%""

"이마트 직원 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나요?"

최근 대기업의 고졸자 채용이 화두라는 얘기를 꺼내자 최병렬(63) 이마트 대표는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 19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이마트에서 일하는 1만5000명의 정규직 중 대졸자는 14%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선 매장 직원의 대다수인 초대졸·고졸 직원들이 이마트 영업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라고 말했다.

―고졸 등 대기업의 고용창출이 사회적 이슈다.

"고졸자 몇명 채용한다고 발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업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범적인 기업이라 자부한다. 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최 대표는 재계의 대표적인 고졸 CEO다. 목포고를 졸업하고 1974년 신세계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유통업에서 한 우물을 팠다. 2005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 12월 이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09년 11조5000억원이던 이마트 매출은 최 대표 취임 후 매년 10% 이상 성장해 지난해 14조원을 기록했다.

―비(非)대졸자는 승진이나 임금에서 차별을 받지 않나.

"초대졸자는 입사 후 5년이 지나면 업무성과에 따라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후 승진·임금 체계는 대졸이든, 고졸이든 똑같다. 이마트 과장의 30%가 고졸이나 전문대 출신이다. 주부들이 대다수인 캐셔(cashier·계산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는 2007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현재 그 수가 7000명에 달한다."

최 대표는 "고용 창출과 물가 안정 등 대형마트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는 소비자가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등 대형마트의 순기능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적 규제나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 반발로 신규 출점이 어려운데.

"새 점포를 열면 적게는 500명, 대형점포는 1000명 정도를 해당 지역에서 채용한다. 이마트와 거래해서 성공한 중소 협력회사도 부지기수다. 이마트가 영세 자영업자 죽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공적(公敵)'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통법이 개정됐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로 제한되고, 영업일수도 줄여야 한다.

"종업원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영세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법의 취지 자체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영업일수 제한이 초기에는 실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온라인쇼핑몰 등 다른 채널을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마트와 '동네 상권'이 상생(相生)할 수 있나.

"동네 수퍼마켓이 잘 안되는 진짜 이유는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통 구조 또한 대형마트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들여놓을까'라는 영세상인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 이마트의 유통 시스템을 통해 동네 수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중소상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마트가 시작한 '반값 TV'가 다양한 유통채널로 퍼지고 있다.

"반값 TV는 유통구조 개선의 결과물이다. 제조사를 직접 접촉해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중간 유통구조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다른 유통업체가 뒤따르는 건 당연한 변화다. 삼성전자·LG전자가 보급형 TV를 내놓겠다고 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40인치대 반값 TV 출시 계획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가 32인치형 TV를 먼저 출시한 것은 세컨드TV로서 기본 기능만 충실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실에 놓는 메인TV는 상황이 다르다. 자칫 잘못 만들었다가는 반값 TV 시장 전체가 실패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은 대형마트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가격 경쟁력,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통구조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