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미련 없지만 무대만 서면 마음 달라져"
입력 : 2012.01.25 03:13
10여년 만에 TV 출연하는 가수 채은옥
"조용히 비가~ 내리네~ 추억을 말해~ 주듯이~ (후략)"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 한 중년 여인이 기타를 안고 무대에 섰다. 검은색 옷과 뿔테안경을 낀 수수한 차림.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특유의 허스키하고 구슬픈 목소리가 녹화장에 울려 퍼졌다. 이 분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꿈속의 사랑' 등에도 이어졌다.
1970년대 후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 '빗물'의 가수 채은옥(57). 그가 10여년 만에 TV 방송 무대에 다시 선다. 2월 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콘서트 7080'. 녹화 전 리허설이 끝난 후 만난 그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여전히 흥분된다. 내 마음은 무대만 올라가면 뭔가 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난 이미 속세(俗世)를 떠난 사람이라…."(웃음)
왜 이토록 오랜만에 나온 걸까. 그는 "그간 지방 합동 공연무대에 1년에 한 번쯤 섰고, 7~8년 전까지 이종환씨의 미사리 카페 '쉘부르'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방송에만 안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젠 사람들도 굳이 나를 찾지 않고, 나도 TV에 얼굴을 내밀 필요가 없잖아요. 이제는 뒤에서 후배들 음악 들어주고 봐줘야 하는 처지 아닌가요. TV 한 번 나오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까지 나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 "대중가수라는 건 여러 사람에게 여전히 불려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 잊혀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연예계란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후 한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왔었지만 잘 극복했다"고도 했다.
그의 일상은 아주 평범하다. "가끔 등산 가고, 친구들 만나 수다도 떨고, 군에서 막 제대한 대학생 아들 뒷바라지를 하면 하루가 짧다"고 했다.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순위 프로그램도 즐겨본다. '다비치' 등 가창력 있는 여가수들을 특히 좋아한다. '세시봉' 등 포크 선배들의 최근 활약상에 대해선 "너무 좋다. 그분들은 정말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다"라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70년대 '빗물'의 느낌 그대로 남고 싶다. 우중충한 얼굴을 보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라며 웃었다.
1975년 TBC 대학생 가요페스티벌 입상을 계기로 들어선 음악 인생. 그는 "음악은 나의 전부였고, 인생이었다"고 했다. 채은옥에게 히트곡 '빗물'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빗물'은 감상적 멜로디와 가사, 노래 분위기 등이 당시 시대와 잘 맞아떨어져 히트를 했다"는 그는 "저의 실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겸손해했다.
이번에 용기를 낸 건 1970년대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아마추어 가수로 함께 무대에 섰던 박영규 KBS PD의 끈질긴 섭외 요청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출연 역시 마지막 방송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그저 나를 아는 팬들에게 '저 사람 나이가 꽤 됐을 텐데, 잘 지내고 있었구나'란 인식만 준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노래란 계속 연습을 해야 기름지고 예쁜 소리가 나요. 하지만 그걸 자주 못해서 옛날만큼 울림이 안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떠난 이의 뒤늦은 인사를 받아주세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 한 중년 여인이 기타를 안고 무대에 섰다. 검은색 옷과 뿔테안경을 낀 수수한 차림.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특유의 허스키하고 구슬픈 목소리가 녹화장에 울려 퍼졌다. 이 분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꿈속의 사랑' 등에도 이어졌다.
1970년대 후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 '빗물'의 가수 채은옥(57). 그가 10여년 만에 TV 방송 무대에 다시 선다. 2월 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콘서트 7080'. 녹화 전 리허설이 끝난 후 만난 그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여전히 흥분된다. 내 마음은 무대만 올라가면 뭔가 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난 이미 속세(俗世)를 떠난 사람이라…."(웃음)
왜 이토록 오랜만에 나온 걸까. 그는 "그간 지방 합동 공연무대에 1년에 한 번쯤 섰고, 7~8년 전까지 이종환씨의 미사리 카페 '쉘부르'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방송에만 안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젠 사람들도 굳이 나를 찾지 않고, 나도 TV에 얼굴을 내밀 필요가 없잖아요. 이제는 뒤에서 후배들 음악 들어주고 봐줘야 하는 처지 아닌가요. TV 한 번 나오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까지 나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 "대중가수라는 건 여러 사람에게 여전히 불려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 잊혀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연예계란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후 한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왔었지만 잘 극복했다"고도 했다.
그의 일상은 아주 평범하다. "가끔 등산 가고, 친구들 만나 수다도 떨고, 군에서 막 제대한 대학생 아들 뒷바라지를 하면 하루가 짧다"고 했다.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순위 프로그램도 즐겨본다. '다비치' 등 가창력 있는 여가수들을 특히 좋아한다. '세시봉' 등 포크 선배들의 최근 활약상에 대해선 "너무 좋다. 그분들은 정말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다"라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70년대 '빗물'의 느낌 그대로 남고 싶다. 우중충한 얼굴을 보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라며 웃었다.
1975년 TBC 대학생 가요페스티벌 입상을 계기로 들어선 음악 인생. 그는 "음악은 나의 전부였고, 인생이었다"고 했다. 채은옥에게 히트곡 '빗물'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빗물'은 감상적 멜로디와 가사, 노래 분위기 등이 당시 시대와 잘 맞아떨어져 히트를 했다"는 그는 "저의 실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겸손해했다.
이번에 용기를 낸 건 1970년대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아마추어 가수로 함께 무대에 섰던 박영규 KBS PD의 끈질긴 섭외 요청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출연 역시 마지막 방송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그저 나를 아는 팬들에게 '저 사람 나이가 꽤 됐을 텐데, 잘 지내고 있었구나'란 인식만 준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노래란 계속 연습을 해야 기름지고 예쁜 소리가 나요. 하지만 그걸 자주 못해서 옛날만큼 울림이 안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떠난 이의 뒤늦은 인사를 받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