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이 사람] "세계시장 무대로 하려면 자기만의 색깔 필요해요"

대구의 대표적인 패션브랜드들이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 공략에 나섰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원장 우정구)이 대구시와 지식경제부 및 대구 패션디자이너들과 함께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후즈넥스트&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참가한 것. 이번 전시회에는 ㈜씨앤보코(최복호패션) 등 대구의 패션을 대표하는 9개 업체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의 최갑운·김재우 등 총 11개 업체가 참여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 2007년부터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캐주얼 박람회인 '후즈넥스트'와 기성복 박람회인 '프레타포르테'의 참가업체를 지원하기 시작해 이번으로 모두 10번째를 맞았다. 이 중 '프레타 포르테'는 100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기성복박람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기성복들은 여기서 선을 보인 뒤 발돋움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패션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대구의 참가업체들은 지난 9월 '프레타포르테'와 '후즈넥스트'에 각각 12만730여달러, 26만7700여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섬유의 도시 대구가 아니면 이룩할 수 없는 성과들이다. 올해부터는 '프레타포르테'와 '후즈넥스트'가 통합돼 규모도 커졌다. 행사는 파리 외곽 박람회 전문공간인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렸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전시회에는 지난해 가을의 경우 전세계 70여개국에서 2130개 업체가 참가했다.

올해는 서울에서도 서울패션센터의 지원으로 10개 업체가 함께 참가했다. 대구의 경우 이번 전시회에서 총 100만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앙디올트랜드'의 김건이 대표를 전시에 앞서 만났다. '앙디올'이라는 브랜드로 패션디자인 작품을 생산하는 그는 전시회 참가를 앞두고 대구 중구 대봉동 대백프라자 옆 자신의 부띠끄에서 마지막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한 업체에서 10여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다 99년 '앙디올'이라는 브랜드로 패션디자인 사업에 나선 중견 패션디자이너다.

그는 초기인 2009년 9월부터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이 6번째다. 해외 전시회 참가는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등이 시작이었다.

"해외쪽의 전시회를 찾아 나섰지요. 홍콩 등지로는 실제 판매로 연결되기는 어렵고 그냥 알리러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처음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한 것인데 그는 "첫 참가에서 바로 수주를 했다"며 "그때부터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나 자신의 패션작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건이 대표는 "지금도 뉴욕의 바이어와 홍콩의 바이어는 꾸준히 제 작품을 찾고 있으며 항상 '언제 오느냐'고 먼저 물어온다"고 했다. 그러나 "중동 등의 바이어는 꾸준한 마케팅이 어렵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바이어들의 성향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디자이너'에 이끌린다고 한다.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면 쉽게 무너지는 것이 이곳의 생리입니다. 특히 세계를 상대로 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해야 살아남습니다."

올해 패션트랜드에 대해 "스커트의 기장도 길어지고 색상도 자연스러운 것, 파스텔 계열의 색상이 유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전시회 참가에 대해 김건이 대표는 "내수시장은 인지도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해외에서는 작품만 좋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옷'으로만 승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참가비용을 제하더라도 충분히 수지가 남는다고 했다. 그에 덧붙여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기량이 늘어나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해외 전시회 참가 경험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소중한 몫"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부스 임대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대구에서 패션디자인을 하는 이점도 많다.

"대구가 섬유도시이기 때문에 소재를 가까이에서 접촉할 수 있고, 그래서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대구 아니면 얻을 수 없는 더할 나위 없는 이점입니다."

이번 참가에 대해 그는 매우 낙관적이다.

"작년보다도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달초 수출 물량을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100% 만족한다고 합디다."

김건이 대표는 "앞으로도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대구 패션디자이너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