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는 김성준(42·경기도 수원)씨는 "뒤늦긴 했지만 울산에도 아이 손을 잡고 방학숙제를 할 수 있는 박물관이 생겼다는 사실에 설레고 뿌듯했다"며 "명절 때면 꼭 들러 아이들이 고향의 역사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6월 22일 개관한 울산박물관의 인기가 해를 넘기고도 여전하다. 개관 첫 한달간 무려 4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을 시작으로 작년 연말까지 누적 관람객 25만명을 넘겼다. 2002년 5월 개관해 그해 연말까지 관람객 23만명이 다녀간 서울역사박물관의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앞서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역임했던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은 "울산이 서울 인구의 10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고 대단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그만큼 박물관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기대와 갈증이 컸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울산박물관 개관'은 작년 말 울산시가 선정한 '최고의 시정(市政)'에 뽑히기도 했다.
울산박물관은 올해 목표를 '본격적인 개관 첫 해'로 잡았다. 김우림 관장은 "작년까지는 개관 준비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고,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자평하며 "올해는 그 열기를 꾸준한 사랑으로 연착륙시켜 안정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과제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올 한 해 다양한 기획특별전으로 새로운 관람수요를 창출해내고, 알찬 교육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겁게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시민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해 첫 기획전은 '울산공업센터 지정 50주년 기념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1962년 대한민국 첫 공업특구인 울산공업센터 지정 이후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울산의 산업·경제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이다. 오는 27일 개관해 4월 29일까지 계속한다. 울산박물관 류재균 교육·홍보팀장은 "전시장 입구 가설 무대에 한국 최초의 독자 승용차 모델인 '포니'를 전시해 포토존으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관람객들로부터 인기를 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관 1주년을 맞는 오는 6월에는 '기증유물 특별전'을 갖고, 오는 10월엔 중국 명·청시대 회화 특별전도 구상하고 있다. 기증유물 특별전은 울산박물관 개관을 위해 시민 등 각계각층에서 기증한 유물을 한자리에 내놓아 선보이는 자리다. 명·청 회화 특별전은 작년 개관기념 대영(大英)박물관 특별전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 이야기'에 이은 세계 명품 기획전이다. 특별전 기획을 도맡고 있는 신형석 학예사는 "작년 11월 말 개막한 첫 울산테마 특별전인 '75년만의 귀향, 1936년 울산 달리'가 관람객이 2만명을 넘기는 등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며 "올 한 해도 참신하고 수준 높은 특별전과 역사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각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발굴사업에도 나선다. 첫 발굴 대상은 통일신라 신문왕 때 유적으로 추정하는 울주군 청량면 영축사지(울산시기념물 제24호)로 정했다. 서영남 유물조사팀장은 "무너진 탑재를 복원하고, 사찰 부지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 발굴, 사찰 영역과 가람의 배치 확인 등의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예산 12억3500만원을 확보했고, 발굴 부지 매입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