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1천억 회사, 韓-中이 달려들자…

직원 250명인 프랑스의 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새해 벽두 세계조선업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화물탱크'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Gaztransport & Technigaz)가 주인공으로 지난해 말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인수전에는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한국·중국 조선업체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GTT 측은 지난 9일과 10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대형 기업들을 차례로 찾아 설명회를 열었다. 11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후둥중화(?東中華)조선그룹을 찾았다고 한다.

◇한·중 조선업계, LNG선 원천기술 보유한 GTT 인수경쟁

LNG선 화물탱크는 영하 163도에서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는 LNG선의 핵심시설로, GTT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 1척 건조 때마다 선가(船價)의 5%인 1000만달러(114억원)가량을 GTT에 로열티(기술사용료)로 지급한다.

한국은 작년 세계 LNG선 발주물량의 80%를 수주한 세계 1위 국가.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STX 등 국내 조선업계 '빅4'도 LNG 화물탱크 제조기술을 각자 개발한 상태다. 그러나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우리의 독자모델은 기피하고, 대신 기술안전성이 검증된 GTT 기술만을 선호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LNG운반선에서 GTT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경쟁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HMC투자증권 염동은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GTT 원천기술을 가지면 LNG운반선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협회는 이달 초 GTT 일행이 방한하기 전에 국내 주요 조선사 실무자들을 불러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인수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공동으로 인수 참여를 요청할 경우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의 LNG선 제조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GTT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체적인 기술력이 모자라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려면 M&A가 최상의 방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인수가격 너무 비싸다는 비판도 제기

일각에서는 GTT가 한국과 중국 기업을 오가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GDF수에즈·토털사 등이 대주주인 GTT는 당초 예상보다 2배가 뛴 1조5000억원 안팎의 매각가격을 부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경쟁 관계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GTT의 2010년 매출액은 1000억원대. 앞으로 LNG경기가 좋아져도 연간 5000억원을 넘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가 보유한 기술은 한국 업체도 이미 갖고 있지만 특허권 때문에 로열티를 낸다"며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LNG선 제조에는 GTT의 화물탱크 특허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GTT가 중국 조선소에 넘어가도 중국이 한국의 제조기술을 따라오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도 나오지만, GTT 원천기술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