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반환 5년째… 여전히 답답한 미군기지 활용

반환 5년째를 맞고 있는 경기도 지역 미군기지의 활용이 답답할 정도로 부진하다.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지난 2007년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군이 사용하던 부지가 대거 반환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반환 대상 기지는 모두 34개로 이 가운데 이미 23개는 반환됐다〈표〉. 그러나 반환 기지를 대상으로 추진해 온 각종 사업은 줄줄이 취소되고, 침체된 부동산 경기 때문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공 주도의 개발사업만 조금씩 진척되고 있을 따름이다.

◇공공 주도 사업

5개 기지를 돌려받은 의정부 지역에서는 모두 활용계획이 완성됐거나 공사가 진행돼 가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도심에 자리잡아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의정부역 앞 캠프 홀링워터는 녹지공간과 광장 등을 갖춘 근린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지하에는 주차장도 마련된다. 역시 도심에 있어 도시발전에 장애가 됐던 캠프 라과디아에는 작년 10월 동서 관통도로가 개통됐다. 올 상반기에는 남북 일부 구간의 관통도로도 생긴다. 2017년까지 체육공원, 도서관, 공공청사 등이 들어서고 일부는 뉴타운에 편입된다.

포천, 양주로 통하는 길목에 있는 캠프 에세이욘에는 작년에 을지재단과 대학·부속병원을 짓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사업에 착수해 2017년 10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 개원, 2020년 대학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도 예정돼 있어 올해 18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의정부시 김덕현 도시과장은 "환경오염 정화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4년제 대학 유치가 가능하도록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국방부가 감정평가 등을 거쳐 부지 매각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근의 캠프 시어즈와 캠프 카일에는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캠프 시어즈 부지에는 8월 준공 예정인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를 비롯해 경기도 제2소방재난본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제2청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캠프 카일 부지에는 법원·검찰을 유치할 예정이나 아직 보류 상태이다. 파주도 캠프 하우즈의 문화공원과 친환경 주거단지 조성사업, 캠프 그리브스의 역사공원 조성사업 등 국비가 지원되는 공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참여 사업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은 대학 유치가 주류이다. 그러나 파주 지역의 경우 외곽지대여서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이화여대(캠프 에드워드), 서강대(캠프 자이언트), 국민대(캠프 스탠톤) 등이 들어오기로 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특히 이화여대의 캠퍼스 조성 포기는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겼다. 2008년 3월 일찌감치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부지 가격을 두고 국방부와 이대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대가 사업 포기를 공식 발표하자 파주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이다.

진작에 불발된 캠프 자이언트와 캠프 스탠톤은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역시 부지 매입 비용이 과도한 데다 교통 접근성 등의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캠프 게리오웬은 도시개발사업 대상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파주시는 이들 4개 기지의 활용방안을 다시 수립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동두천 캠프 님블의 침례대 캠퍼스는 부지 규모가 적어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시기본계획 변경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에 토지매수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역시 땅값이 관건이다. 하남의 캠프 콜번도 중앙대와 안성캠퍼스의 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안성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을지대, 침례대 등에 조건부 사업시행자 승인을 독려하는 한편 국방부와 부지의 조기 매각을 협의할 방침이다.

동두천은 대형 부지인 짐볼스 훈련장의 레포츠 시설 유치에 나섰다. 부지의 대부분이 1등급이어서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개발이 가능한 2등급지로 조정해야 하는 전제가 있다. 특히 자치단체의 재정만으로는 사업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동두천시는 가용예산 부족으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국비 보조 규모를 늘려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투자기업에 대한 개발부담금 감면을 담은 법령, 동두천 지원 특별법 등은 18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아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