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속 화합의 정신, 세계에 알려야죠

"제 별명이 '태극 전도사'예요. '태미사'라고도 하는데, '태극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죠. 태극 박물관을 만들어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10명 가운데 3~4명은 들르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유한태(63) 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26~28일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갤러리 G2에서 '태극의 진화'라는 전시회를 연다. 태극무늬와 그에 담긴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수박처럼 친근한 대상과 연결해 표현한 11점을 선보인다. 그는 "긴자는 대관료가 비싸지만 일본인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고집했다"고 말했다.

이번은 그의 40번째 '태극전'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35회, 그리고 프랑스 등 해외에서 5번 전시회를 가졌다.

"원래는 미국에서 열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년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원전 사고까지 터지면서 일본인이 고통받고 있잖아요. 태극 전시회를 통해 '희망, 행복, 화합'의 정신을 전하고 위로의 마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유 교수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태극만큼 좋은 게 없다고 했다. 돌고 도는 '회전성'을 바탕으로 화(禍) 중에 복(福)이 있고, 복 중에 화가 있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재앙도 행복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게 태극 정신 가운데 하나죠. 절대적으로 좋은 일도, 절대적으로 흉한 일도 없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아픔을 치유하고 이웃을 포용하는, 진정한 화합 정신이 태극 속에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가 태극에 관심 갖게 된 것은 30년 전이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딴 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에 박사과정으로 있을 때다. 예술심리학 책에 담긴, 무려 14쪽에 걸친 태극무늬에 대한 분석을 보았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어요. 정작 국기에 태극무늬를 채택한 우리는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때부터 태극 연구와 디자인에 매달렸습니다."

유 교수는 음양의 화합을 뜻하는 태극과 유사한 헤겔의 정반합 사상도 연구, 이를 시각화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도 발표했다. 또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태극무늬를 넣은 팽이와 같은 장난감도 개발했다. 전시회도 40차례나 가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회성으로 그쳐 아쉬웠고, 그래서 요즘은 영어로 책을 내는 작업에도 나섰다.

"프랑스 전시회를 끝내고 스웨덴으로 가는 유람선에서 유럽 젊은이들에게 태극 팸플릿을 나눠줬죠. 아주 흥미로워하더군요. 태극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면 충분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