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펀드들 수익률 급격히 호전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방어형 상품에 치여 빛을 보지 못했던 공격형 상품들이 증시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공격형 상품이란 유망 종목만 추리거나, 특정 섹터에만 투자하는 상승장에서 유리한 상품들을 말한다. 최근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일단은 소강 국면에 들어가면서 잊혀져 가자 이들 상품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압축형펀드 다시 선전중

지난해 자문형랩 상품이 부상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모방한 압축형펀드를 내놨다. 한때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던 압축형펀드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하락장이 시작되면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 들어 특정 종목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자 지난해 까먹었던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2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압축형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IBK집중선택20증권투자신탁[주식]A'이다. 이 펀드는 25일 기준으로 1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A1'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4'는 각각 9.8%, 9.7%의 성적을 보였다. '유진TRUEVALUE증권투자신탁'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회사',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1' 등도 수익률 상위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이 4.5%인 것과 비교해보면 양호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다만 압축형펀드의 경우에는 다른 펀드보다 편입 종목이 적어 운용사의 운용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 실제 '동부바이오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1'과 '한국투자핵심주도증권투자신탁1'은 같은 기간 1%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압축형이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면서도 "압축형펀드의 경우 수익률 격차가 큰 만큼 운영성과를 고려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 장세에는 ETF 두각

조선·화학·금융 등의 업종들이 지수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면서 관련 ETF의 수익률도 급등했다. 특정 업종지수만 가지고 운용하는 ETF의 특성상 관련 업황이 좋아질 경우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지수도 상승했지만, 개별종목이나 업종별로 차별화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관련 ETF가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KODEX조선은 연초 이후 18.8%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어 KODEX증권과 KODEX에너지·화학도 각각 18.2%, 1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철강과 운송 역시 10% 넘는 성적을 냈다.

◇아직 안심하긴 일러

다만 전문가들은 공격 성향의 상품으로 한번에 갈아타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일반 펀드가 70~80개의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해 관리하는 데 비해 압축형 펀드는 투자 종목이 20여개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압축펀드는 한두 가지 종목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섹터ETF 역시 시기적으로 관련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을 경우 상승장에서 홀로 소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섹터ETF나 압축형펀드는 특정 업종이나 종목으로 운용하는 상품인 만큼 시기가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며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없거나, 증시 분위기가 바뀌면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김용희 연구원도 "글로벌 투자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이걸 추세라고 보기엔 아직 좀 이르다"며 "아직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만큼 공격형 상품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