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 연초부터 급격히 상승

신흥국 증시가 연초부터 날개를 달았다. 위험투자 선호심리가 살아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큰 폭으로 내린 신흥국 주식을 값싸게 사려는 투자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아르헨·이집트 주가 가장 많이 올라

전 세계 증시 중 올 들어 26일까지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곳은 아르헨티나 증시다. 코스콤을 통해 집계한 67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 메르발지수는 연초대비 18.37% 상승(25일 기준)하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증시가 이처럼 오른 것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증시는 3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나섰고, 메르발지수는 1월 첫주부터 12% 뛰었다.

다우존스뉴스는 "아르헨티나 증시는 대외 경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연초의 랠리를 계속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증시도 올 들어 14.19% 상승하면서 뒤를 잇고 있다. 이집트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한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등 정치적 불안감이 누그러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저가매수를 하려는 투자자들도 몰린 것도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이집트 증시는 작년 '중동의 봄'을 겪으면서 한 해 동안 48% 하락했었다.

◇中 제외한 브릭스 10% 상승

러시아·인도·브라질 등 브릭스(BRICs) 증시도 연초부터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23일부터 춘제 연휴로 휴장한 중국 증시는 5.4%(20일 기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브릭스 증시는 지난해 모두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해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는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값 강세의 영향을 받았다. 인도 증시는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중국 증시는 이번 달에 추가로 지급준비율을 낮추리란 기대감에 주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거래일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신흥국에 '위험투자' 해보자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를 더욱 앞서고 있다. 유럽증시가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데다 미국 증시가 작년에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위험투자처로 인식되는 신흥국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헝가리·페루·싱가포르 등 주요 신흥국 증시도 모두 9%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연초대비 상승률 기준으로 67개국 중 10위권 안에 들었다. 미국(4.4%), 영국(2.7%), 일본(4.7%), 프랑스(4.8%) 등 주요 선진국보다 주가 상승률이 훨씬 높다. 우리 증시도 연초부터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6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7.20% 상승했다.

◇증시 강세 계속될지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실시한 장기 대출로 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이 자금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달 유럽의 523개 은행에 4890억유로(약 720조원)에 달하는 장기 대출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재정불량국의 국채 금리도 낮아졌고 유럽은행들이 신용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그러나 신흥국 증시 강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전망이 많다.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일시적인 자금의 유입현상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작년에 많이 떨어진 나라 증시가 중점적으로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신흥국 증시 강세가) 계속 이어질 흐름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화증권의 윤지호 투자전략팀장도 "위기 우려 완화에 따른 위험투자가 많이 증가했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행에 따라서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