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물도 명품만? 비싼 생수 잘 팔려… 화장품까지 물 마케팅

남태평양 지하암반수에서 히말라야 빙하수까지 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물을 어떻게 돈 주고 마시느냐'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지난 1994년 '먹는 샘물(일명 생수)' 판매가 허용된 이후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일제히 물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2005년부터는 에비앙(프랑스)·볼빅(스위스)·페리에(프랑스) 등 해외 프리미엄 생수가 수입되면서 '물 전쟁'이 한층 과열되고 있다. 대나무 수액·온천수 등 화장품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물까지 차별화를 내세울 정도다.

◇생수에서 화장품까지…물이 돈 된다

국내 생수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알짜배기 시장이다. 연간 시장규모는 6000억원대. 70여 업체가 내놓은 브랜드 100여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페트병의 경우 삼다수가 시장 점유율 50%로 단연 1위다.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배달용 생수 분야에서는 진로의 '석수와 퓨리스'가 점유율 20%로 선두를 달린다.

최근에는 천연암반수·탄산수·해양심층수 등 대기업이 뛰어든 프리미엄 생수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일반 생수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비싼데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연간 시장 규모는 1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신세계푸드는 남태평양 피지제도의 지하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피지워터'를 국내에 독점 공급한다. CJ제일제당도 '미네워터'를 선보이며 고급 생수 시장에 진출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생수 '오(EAU)'는 하루 2만여개가 팔리고 있다.

수입액도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수입액은 865만달러(약 97억원)를 기록하며 100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2006년 348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고급 물'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각지의 물을 입맛대로 골라 마실 수 있는 '워터 바(water bar)'라는 새로운 매장이 생겨났다. 워터 어드바이저(물 소개해주는 사람), 워터 소믈리에(물맛 감별사) 같은 신종 직업군도 생겼다.

물에 대한 높은 관심은 곧장 업계 매출로 연결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09년 국내 처음으로 프리미엄 생수 전문 매장인 '워터 바'를 선보였다. 수입 생수 등 1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생수 코너를 워터 바로 바꾼 이후 매출이 3배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음료·주류 담당 윤종대 바이어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생수를 판매하는 워터 바의 매출이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베이비 워터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워터처럼 일반 생수에 비해 2~10배 이상 높은 제품도 인기가 높다.

◇마케팅 과열에 해외 수입액도 급증

화장품의 물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 때 불순물을 걸러낸 정제수를 이용해왔다. 최근 들어선 미네랄워터·대나무 수액·이온수·빙하수 등 새로운 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스킨·로션·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서 물은 원료의 70~90%를 차지할 정도여서 이제 평범한 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색다른 물'이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미네랄을 배합한 물을 이용한 '워터 뱅크' 제품을 출시해 20일 만에 3000개를 판매했다. 키엘은 빙하수를 넣은 울트라 페이셜 크림이 히트하면서 백화점 1~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웅진코웨이는 정제수보다 입자가 작은 이온수를 제품에 사용해 흡수력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프리미엄 마케팅이 가격 부풀리기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추출액·발효액 등을 이용해 원료의 일부만 바꾸고는 가격은 5~10%씩 인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가격 거품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미네랄 성분을 미미하게 넣고서 마치 대단한 성분 차이인 것처럼 과장 광고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