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게 만드니 불황에도 명품 못잖은 인기

불황에도 유별나게 잘 나가는 상품이 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초저가 패스트패션 제품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해 높은 매출을 올린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가 승승장구한 비결은 이렇다. 첫째 '반대로 하라'. 패션 시계 브랜드 로즈몽이 대표 사례다. 시계는 최근 시장 규모가 가장 급성장한 패션 소품 중 하나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시계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그런데 로즈몽의 매출은 무려 294%에 달했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로 명품 브랜드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명품 못지않다. 이는 로즈몽의 '반대로 하기'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최근 시계 트렌드는 남녀 공용 시계가 유행하면서 자판이 크고 시곗줄 폭이 넓은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로즈몽은 자판 케이스 지름이 15㎜ 정도인 보통 시계의 3분의 1 정도 크기 제품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얇은 시계=로즈몽'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말 선보인 초저가 화장품인 한불의 이네이처도 비슷한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중저가 화장품들도 모두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고가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이네이처는 정반대로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가격'을 내세웠다. 인터넷과 전화로만 주문을 받아 유통 마진을 없애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했던 것. 이 브랜드는 출시 한 달 만에 억대 매출을 올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둘째는 '맞춤형 틈새시장 공략'. 기존에는 없던 '97' '103' 사이즈를 선보여 기성복인데도 마치 맞춤옷처럼 만든 남성복 시장에서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남성들의 체형이 서구화되고 몸에 꼭 맞는 스타일의 '슬림핏(slimfit)'이 유행하면서 기존 95-100-105 등의 사이즈를 구매하면 수선이 필요했던 일부 소비자들의 고민을 파고들었다. 신원·레노마 등 몇몇 브랜드가 지난해 초부터 틈새 사이즈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신원 남성복 '지이크'의 경우 103사이즈가 브랜드 내 인기 1순위다. 제일모직의 엠비오의 경우는 남성복에는 거의 없었던 90사이즈를 판매해 스키니(skinny·몸에 딱 붙게 디자인된 것) 스타일을 좋아하는 남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백화점 남성 정장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는 '편견 타파'. 패션 보석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대표적이다. '왕관은 머리에 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왕관 디자인의 귀걸이 등을 선보여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주얼리 부문 매출은 한자릿수에 그쳤지만 제이에스티나는 15% 이상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패션잡화 담당 육일영 바이어는 "최근 소비 트렌드는 가격이 아닌 가치로 이동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흐름을 잘 포착해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내세운 업체가 실적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