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칼럼Outside] 세계 자본시장 양극화… 꽉 막힌 금융 배관부터 뚫어라
입력 : 2012.01.28 03:02
중앙은행이 돈 풀어도 돈 빌릴 수 있는 대기업은
빌릴 필요가 없고 소기업·가계 대출 어려워
주택시장 문제 풀고 부채 많은 나라 빚 조정
정부·민간의 대차대조표 건강하게 만들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세계 경제의 금융 배관(配管)에는 아직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돈이 흘러야 할 파이프가 여전히 막혀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파이프 뚫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이는 저(低)성장과 고(高)실업,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부채 문제에 붙잡혀 있는 서구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신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대기업들은 기존 채무의 상환 기한을 늘리고 미래의 이자 지출을 줄였다. 이를 통해 현금도 쌓았다. 대기업들의 대차대조표는 요새처럼 튼튼하다. 둘째 소(小)기업들과 가계(家計)들은 여전히 합리적인 조건으로 대출받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계층, 은행 대출 이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계층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기업들은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고, 소기업·가계들은 돈을 빌려야 하지만 빌릴 수는 없는 양극화(兩極化)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세계 경제에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를 갚느라 소비나 투자를 못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과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사태가 한 단계 악화될 경우 건강한 대차대조표를 가졌던 계층들도 낙오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회적 이동성을 둔화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망가뜨리며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그것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까지 낳는다.
특히 유럽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위기가 유로존의 주변 국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인지됐다. 그동안 위기가 폭넓게 전염됐다. 최근 프랑스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범(汎)유럽 차원의 구제 메커니즘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가 유로존의 중심 국가인 독일·프랑스로 파고들면서 성장 및 고용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거나 터무니없다고 여겨졌을 법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많이 동원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가 엄청나게 커졌다. 시중에 돈을 푼 만큼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현재 상황은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신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대기업들은 기존 채무의 상환 기한을 늘리고 미래의 이자 지출을 줄였다. 이를 통해 현금도 쌓았다. 대기업들의 대차대조표는 요새처럼 튼튼하다. 둘째 소(小)기업들과 가계(家計)들은 여전히 합리적인 조건으로 대출받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계층, 은행 대출 이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계층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기업들은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고, 소기업·가계들은 돈을 빌려야 하지만 빌릴 수는 없는 양극화(兩極化)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세계 경제에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를 갚느라 소비나 투자를 못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과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사태가 한 단계 악화될 경우 건강한 대차대조표를 가졌던 계층들도 낙오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회적 이동성을 둔화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망가뜨리며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그것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까지 낳는다.
특히 유럽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위기가 유로존의 주변 국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인지됐다. 그동안 위기가 폭넓게 전염됐다. 최근 프랑스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범(汎)유럽 차원의 구제 메커니즘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가 유로존의 중심 국가인 독일·프랑스로 파고들면서 성장 및 고용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거나 터무니없다고 여겨졌을 법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많이 동원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가 엄청나게 커졌다. 시중에 돈을 푼 만큼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FRB의 대차대조표는 3배로 커졌다. 1조달러 미만에서 3조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 GDP 대비 5%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도 역시 GDP 대비 20%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두 은행은 부채를 더 지려고 안달 난 것처럼 보인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종종 느림보 취급을 받아왔다. 이젠 그렇지 않다. ECB의 대차대조표도 2배로 커졌다. GDP 대비 30% 수준이다. 그런데도 부채를 더 지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성과를 보면 중앙은행들의 노력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의 정책 도구가 완벽하지 못했고 다른 정부 기관들이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점에 근접해 있다. 막혀 있는 파이프에 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막힌 배관을 보완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종 목표는 새로운 민간 부문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가지 과제가 동시에 수행돼야 할 때다.
첫째 미국·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은 주택 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그리스·포르투갈처럼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나라들은 채권자들로부터 상당한 규모로 채무탕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성장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부 서구 국가들은 공공부분과 민간부문이 협력해서 인프라 스트럭처 투자를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넷째 금융규제당국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장기(長期) 비전을 명백하게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각국 정부는 돈을 값싸게 쓰던 시절에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내용 중 일부를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세대와 세대, 노동과 자본, 납세자와 수혜자 간에 균형을 맞춘 새로운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과제가 완수되면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민간의 대차대조표가 모두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리더십과 집중력이다. 그것이 없다면 막힌 파이프는 더 좁아질 것이다. 그 파이프를 수리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위 1% 계층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종종 느림보 취급을 받아왔다. 이젠 그렇지 않다. ECB의 대차대조표도 2배로 커졌다. GDP 대비 30% 수준이다. 그런데도 부채를 더 지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성과를 보면 중앙은행들의 노력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의 정책 도구가 완벽하지 못했고 다른 정부 기관들이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점에 근접해 있다. 막혀 있는 파이프에 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막힌 배관을 보완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종 목표는 새로운 민간 부문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가지 과제가 동시에 수행돼야 할 때다.
첫째 미국·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은 주택 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그리스·포르투갈처럼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나라들은 채권자들로부터 상당한 규모로 채무탕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성장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부 서구 국가들은 공공부분과 민간부문이 협력해서 인프라 스트럭처 투자를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넷째 금융규제당국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장기(長期) 비전을 명백하게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각국 정부는 돈을 값싸게 쓰던 시절에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내용 중 일부를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세대와 세대, 노동과 자본, 납세자와 수혜자 간에 균형을 맞춘 새로운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과제가 완수되면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민간의 대차대조표가 모두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리더십과 집중력이다. 그것이 없다면 막힌 파이프는 더 좁아질 것이다. 그 파이프를 수리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위 1% 계층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