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400만명, 무제한 연장근무 사각지대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모(48)씨는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12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오후 3시가 임박해 장거리 손님을 태우면 1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혹사'에 가까운 김씨의 연장근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운수업은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하면 무제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된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씨처럼 법에 규정된 근로시간 한도(주중 52시간)를 넘겨 일하는 운수업 종사 근로자는 전국 운수업 종사자의 약 21%인 12만6000여명(2010년 기준). 이들은 장시간 근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연장근로로 혹사당하는 근로자들의 사각지대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 법정 근로에 최대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인정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1주에 52시간 이상을 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1961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12개 업종(운수업, 물품판매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조사사업, 광고업, 의료 및 위생사업, 접객업, 이용업, 사회복지사업, 소각및 청소업)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 이 직종에 일하는 근로자들은 노사 합의만 있으면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무제한 근로가 가능케 돼 있는 근로자들은 전체의 38%(400만여명)에 달한다. 이 법은 개정 이후 5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는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용부가 지난 2010년 12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근로시간 특례업종 56개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12개 특례업종 중 금융보험업과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등은 연장근로가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필요성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향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위원회는 오는 31일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특례업종 조정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