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사막에서 길을 잃다

2년 2개월 만에 정규 대회 우승을 노리던 타이거 우즈(37·미국)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너졌다.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골프장(파72·7600야드)에서 끝난 유럽 프로골프 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즈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세계 랭킹 117위의 로버트 락(35·잉글랜드)이 13언더파 275타로 유럽 투어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차세대 우즈'의 선두 주자인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는 2위(12언더파)에 올랐다.

우즈는 전날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냈다. 페어웨이 적중률 71.4%, 그린 적중률 88.8%에 이를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를 이어갔다. 우즈가 지금까지 단독 선두 또는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던 63개 대회에서 55승을 거뒀다는 '역전 불허'의 통계도 우즈가 우승하리라는 예상을 강력히 뒷받침했다.

빨간 셔츠를 입은 우즈는 4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한 락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1998년 프로로 전향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투어에서 우승한 락은 경기 전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남자와 한 조에서 경기하는 영광을 누리게 돼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즈보다 락이 더 침착했다. 둘은 2번·3번홀에서 나란히 2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우즈가 4번·5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하면서 균형이 깨졌다.

우즈의 티샷은 번번이 페어웨이를 빗나가 러프에 빠지거나 벙커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린 적중률도 33.3%에 불과했다. 우즈는 11~18번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며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우즈는 "4·5번홀에서 바람 방향을 잘못 판단한 것이 패인이었다"며 "그래도 오늘 퍼트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락은 "올해 목표는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드는 것이었는데 우즈를 상대로 우승까지 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최경주(42)는 공동 48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