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껑충… 수출 늘었어도 소득 제자리

지난해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은 급등한 반면,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은 가격이 하락한 탓에 수출 증가와 그에 따른 경제성장이 국민 소득 향상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의 우리나라 '실질 무역손실'(키워드)은 65조9000억원으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0년의 39조7000억원보다 66% 급증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수입 물가는 전년보다 13.4% 증가했다. 중동의 정치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33.0% 치솟았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철광석(44.0%)·밀(33.0%) 등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수출 물가는 4.4% 오르는 데 그쳤다. D램 반도체 가격은 오히려 전년보다 62.7% 급락했고, LCD(액정표시장치)는 25.0% 떨어졌다. 무선전화기(-13.0%)·선박엔진(-9.6%)·중형승용차(-3.6%)도 수출 가격이 하락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IT(정보기술) 등 첨단 제품은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값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자원이 한정된 원유 등 원자재는 수요가 늘면서 값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에 따라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 무역손실이 증가하면 국내 생산 활동이나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국민의 주머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게 된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3.6% 늘어났지만, 실질 무역손실을 감안한 국내총소득(GDI)은 1.1% 커지는 데 그쳤다. 생산한 만큼 온전히 소득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값이 뛴 원유 등을 사들이는 데 새나갔다는 뜻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은 수출 단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요인을 수출 물량 확대가 막아주고 있다"며 "주력 수출 제품의 지속적인 수출 확대와 고부가가치화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실질 무역손실

수입 물가 상승, 수출 물가 하락으로 기준 연도(2005년)와 비교했을 때 일정량의 상품을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무역손실이 크다는 것은 국민 구매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05년엔 자동차 100대를 수출해 석유 100드럼통을 수입했는데, 2011년엔 원유값이 뛰고 차값이 내린 바람에 자동차 100대를 수출해 석유 35드럼통만 수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