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담보대출도 이자 2배… 中企는 서럽다

경북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 A 사장(58)은 공장 확장 등을 위해 지난 2010년 거래 은행에서 45억원을 빌렸다. 공장 터(20만㎡)와 회사 건물을 담보로 빌린 이 대출금의 이자는 연 7.5%. 1년에만 3억3700만원이 든다. 이 은행은 비슷한 시기, 담보대출을 받은 대기업 계열사에는 4%대 이자율을 적용했다. A 사장은 "신용대출이야 대·중소기업 차이가 나는 것이 이해되지만 대출액의 120~130%까지 담보를 잡고 있는 담보대출에서도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담보대출 이자만 매달 3000만원 가까이 들어가다보니 새로운 설비·기술 투자는커녕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똑같은 담보대출인데, 중소기업은 배 이상 높은 금리"

담보대출은 은행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만약 중소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은 처분할 수 있는 담보 물건이라는 안전판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부동산 담보(35.6%)를 가장 많이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은행이 이런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대·중소기업 금리를 차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중소기업중앙회 수석 부회장)은 "최근 은행권과 조합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대출 금리는 4~5%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은 최고 9%대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담보 가치의 변화, 중소기업의 불확실한 경영 전망 등을 고려해 대·중소기업의 담보대출 금리를 차등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격차가 배 가까이 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순영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보다 대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비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다소 높은 담보대출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지만, 3~4%포인트씩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선박 부품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B 사장(52)은 "은행이 대기업에는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가장 좋게 쳐주는 담보대출 금리도 모두 7%가 넘는다"며 "사업을 키우려고 2010년 20억원을 담보대출 받았는데, 경기는 좋지 않고 빚만 계속 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점점 돈줄 마르는 중소기업

은행권은 대출 금리뿐 아니라 대출 규모로도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농협·하나·국민·우리·신한 등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2010년 말 64조원에서 2011년 말 78조원으로 21.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238조원에서 245조원으로 2.9% 늘어났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 비율은 대기업 대출 증가 비율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93조원에서 지난해 103조원으로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이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소기업 대출액은 3조원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관한 위험 관리를 더욱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신용도 등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더욱 돈 빌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본부장은 "은행 영업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질적·양적으로 따진 뒤, 이에 따라 공공 기관 여유 자금 예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