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칠순에 박사… 하면 되더군요"

"중졸이던 제가 대학에서 박사 졸업장을 받습니다. 이게 바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거 아닌가요."

30일 서울 명지대 도서관에서 만난 정행직(70)씨는 두꺼운 파일을 들고 있었다. 그는 "졸업한다니 아쉬워서 요즘도 틈나는 대로 학교에 온다"고 했다. 정씨는 다음 달 14일 이 대학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농사를 거들어야 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어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농사도 공부만큼 열심히 했다.

스물두 살에 경기도 4-H 연합회장이 된 뒤 1960년대 농촌개발사업에 앞장섰다. 접경지역에 살며 통일에 관심이 컸던 정씨는 1981년부터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으로 청소년 통일교육에 힘을 쏟았다. 이렇게 얻은 별명이 '통일 할아버지'다. 한동안은 국회의원 입법보좌관으로도 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무 13년 만인 2000년 파주지사장이 된 그는 "대졸 출신들 틈에서 배우지 못한 설움을 항상 느꼈다"고 했다. 56세에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퇴근 후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서울 청량리의 야간학교인 한국예술고에 갔다.

그 후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연세대 행정대학원(북한·동아시아학 전공)을 마쳤고, 명지대에 입학해 다음 달 박사 학위를 받는다. 작년 '지하철 풍경'이라는 수필로 한국수필가협회가 주는 신인상도 받았다. "늦게 하는 공부다 보니 영어가 짧아 영어 논문 읽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열정은 늘 20대죠. 앞으로 통일에 관해 강의하고 글도 써서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