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한 투자를 배우는 한국의 소중한 기회될 것"

"다보스에선 모든 회의가 위기(crisis)를 얘기하더군요. 유로존 위기, 오바마 위기…. 한국에 와선 신나게 춤췄습니다."

티모시 슈라이버(53) 스페셜올림픽국제기구(SOI) 회장을 30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29일 한국에 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을 알리기 위해서다. 도착하자마자 서울시청 광장으로 가서 2000여명 시민·대회관계자·자원봉사자들과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내년 1월 26일부터 평창·강릉서 열리는 동계스페셜올림픽은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축제다. 슈라이버 회장은 "스페셜올림픽의 취지는 '같이 놀자'는 것"이라고 했다. "수천년 이어진 인종·종교·문화 갈등은 '나와 다른 남'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집니다. 모두가 스포츠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면 인식이 바뀔 거라 믿습니다."

스페셜올림픽은 슈라이버 회장의 어머니이자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인 고(故)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1968년 창설했다. 슈라이버 여사는 1962년 지적장애인 언니 로즈메리와 지적장애아 50명을 집으로 초청해 수영 등 체육모임을 가졌다. 이후 매년 스포츠캠프를 열었다. 이것이 스페셜올림픽의 모태가 된 '캠프 슈라이버'다. 아들 슈라이버도 사회운동가인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지적장애아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다.

그는 평창대회 명예홍보대사인 김연아 얘기도 했다. 김연아가 중학 시절 연습했던 아이스링크 가운데 하나는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울 동천학교(노원구 하계동)에 있었다. "김연아도 장애아들과 스케이트를 타면서 마음의 눈을 떴을 겁니다. 스포츠는 사회적 불평등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죠." 그는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성공 신화를 쓴 나라지만 아직 하나의 장(章)이 남아있다"는 말도 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슈라이버 회장은 예일대 학사, 아메리카가톨릭대 석사, 코네티컷대 교육학박사 출신이다. 코네티컷 뉴헤이븐에 있는 공립학교 교사로 12년간 일했다. 역사와 사회를 가르쳤고, 상담교사 역할도 했다. 미국사에 빛나는 정치인을 많이 배출한 가문 내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버지 고(故) 사전트 슈라이버는 존슨 대통령 시절 프랑스 대사를 지냈고, 1972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케네디 정부가 창설한 '평화봉사단'의 초대 단장도 역임했다. 슈라이버 회장은 이런 부모를 '사회변혁 운동의 인큐베이터이자 벤처 캐피탈리스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년의 평창 스페셜올림픽에 큰 기대를 보였다. "모든 한국인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기 바랍니다.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한국사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