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4% "절대빈곤층(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 경험"

대학생·고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김모(51)씨는 지난 2009년 실직하자 일용직 근로자로 나서고 그의 아내도 식당 보조 일을 했다. 김씨 부부의 월평균 수입은 4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132만원)도 안 됐다. 아파도 병원비 걱정에 참아야 했고, 아이들의 학비·급식비 조차 대기 힘들었다. 지금은 김씨가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얻고, 부인도 식당 일을 계속해 최저생계비 수준은 겨우 벗어났지만 생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꼴로 최근 5년간 적어도 한 해 이상 소득이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대빈곤층은 가구 소득(세금 공제 전 액수)과 실업수당·기초노령연금 등 국가로부터 받은 수입을 합친 금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를 말한다.

30일 보건사회연구원은 서울대와 함께 공동으로 조사하는 한국복지패널 5637가구를 통해 2005~2009년 5년간 소득 데이터를 추적·분석한 결과, 최소 한 해 이상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는 가구가 24%라고 밝혔다. 특히 가구의 총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을 한줄로 세웠을 때 중간값·2009년의 경우 4인 가구 36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대빈곤층'으로 추락한 경험이 있는 가구도 35.1%에 달했다.

상대빈곤 경험률은 가구주의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을수록 높았다. 가구주 나이가 50대 이하에선 5년 동안 상대빈곤을 경험한 적이 평균 1회 미만이었다. 그러나 60대는 1.22회, 70대 이상은 2.91회 등 노년층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중졸 이하 가구주는 2회 정도 상대빈곤 상태에 빠졌고, 고졸 이상의 학력들은 평균 1회를 밑돌았다. 여성 가구주 빈곤경험률은 평균 2.24회로, 남성 가구주(평균 0.67회)의 3배를 넘었다.

또 조사 대상 가구 가운데 9%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54.9%는 5년 내내 수급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면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빈곤상태를 탈출하기 힘들어 2009년 탈출률은 9%에 그쳤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5년간 빈곤 경험 가구의 비율이 최소 24%를 넘는 만큼 빈곤정책의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처럼 빈곤 경험이 있는 가구에 대해 교육비나 주거급여 등을 지급해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