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새 출발, 훌륭한 인재 되세요"

"저희 나이쯤이면 어려웠던 시기인 만큼 학창시절 선배나 형제로부터 교복을 물려받아 입은 기억이 있죠. 학생들이 새 교복을 입고 기분좋게 공부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에서 3대째 한의원을 운영 중인 이승호(50·경북한의원 원장)씨는 5년째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사기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물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2시 대덕구청 대강당에서 교복지원 대상 청소년과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덕장학생 교복맞춤 전달식'을 가졌다. 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사기 버거운 중학교 입학생이 활기차게 새 학기를 맞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2시간 정도 교복을 선물받을 예비중학생 140명은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교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느라 분주했다. 지원대상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복지시설 거주 학생, 차상위계층 학생 가운데 동사무소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밝은 표정으로 교복 치수를 잰 이준성(14)군은 "원장님 덕에 새 교복을 입고 새 학년을 맞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선물한 교복은 2월 초 학교 배정이 끝나면 학교에 맞춰 제작한 뒤 학생들 품으로 배달될 예정이다.

이 원장이 저소득가정 아이들에게 교복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주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이 비싼 교복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처지를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2008년 중학교 입학생 25명(500만원 상당)에게 교복을 지원한데 이어 2009년 180명(3300만원 상당), 2010년 179명(3200만원 상당), 2011년 166명(3700만원 상당)에게 맞춤 교복을 선물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예비중학생 140명(3200만원 상당)에게 교복을 선물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이 원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대전으로 전학 와 대전이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다. 원광대와 대전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그는 선친이 운영하던 한의원을 1993년부터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약사인 아내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새 교복을 받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고 뜻을 모은 뒤 시작한 일이죠."

1남1녀 대학생 자녀를 둔 이 원장은 "아이들이 새 희망을 품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교복 지원 외에도 설이나 추석 명절 때면 어김없이 소외된 이웃을 찾아 봉사를 펼쳐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수시로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선물을 나눠주는 일에 열심이다. 또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보약을 지어 주거나 무료 한방진료를 해주는 일도 묵묵히 벌이고 있다.

성우보육원 김익자 원장은 "이 원장님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약을 지어주고 책을 기증하는 등 온정을 베푸시는 분"이라며 "교복을 선물받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대덕구청 복지지원팀 조민범 담당은 "상대적으로 소외층이 많은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계신 소금 같은 분"이라고 칭찬했다.

"이웃과 정을 나누며 일하니 신바람도 나고 한의원을 찾아주는 분도 많아 더욱 힘을 내고 있어요."

이 원장은 "소외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큰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기 위한 교복 선물을 거르지 않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