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익는 뉴욕

"김치는 배추 위에 고추장 소스를 뿌려 만드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다양한 재료와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특급 호텔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36층 주방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마늘과 고춧가루 냄새로 가득 찼다. 뉴욕에서 '김치 타코 트럭'을 운영하는 이영선 셰프가 이날 연 '한국의 혼―김치 만들기' 행사엔 이 호텔 토니 로버트슨 총주방장과 나초 나바리오 부주방장 등 9명의 요리사가 참석했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뉴욕에 오는 각국 정상과 귀빈이 즐겨 묵는 최고급 호텔로, 허드슨강과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컬럼버스서클에 있다.

이날 행사는 평소 한식을 즐겨 먹는 로버트슨 총주방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퇴근 후 뉴욕 코리아타운에 가서 삼겹살을 자주 먹었다. 호텔에 있는 한국 요리사들도 가끔 주방 스태프들 식사에 김치를 만들어 내는데, 그 조리법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주방장은 호텔의 한국 직원들에게 수소문해 이영선 셰프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이 개최한 '한국의 맛' 자리에서 한식을 선보였던 그가 흔쾌히 무료 교육을 맡아주었다.

이 셰프는 이날 포기김치·맛김치(겉절이)·백김치·오이소박이 등 4가지 김치를 3시간에 걸쳐 가르쳤다. 로버트슨은 "프랑스식과 이탈리안에 이어 일식까지 식상하게 느끼는 뉴요커들에게 한식이 새롭고 멋진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오늘 김치의 기본을 배웠으니 이제 이걸 응용한 다양한 김치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 볼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