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에게 "요즘 가장 뜨는 맛길을 꼽으라"면 대번에 "경리단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회나무길'이지만 길 초입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 경리단길로 더 널리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려운 외국음식점이 경리단 부근 길 아래쪽부터 하나둘 생겨나더니, 이제 꼭대기까지 수십 개가 늘어섰다. 삼청동·가로수길처럼 고급화·대형화와 함께 가격도 비싸지고 있어 아쉽지만, 다른 곳과 비교하면 아직은 저렴하고 푸짐한 편이다. 최근 문을 열고 주목받는 식당·카페·주점을 소개한다. 꾸준히 인기인 곳들은 지도에 표시했다.
▨올리아(Olea Kitchen & Grocery): 경리단길 고급화의 대표격. 1·2층은 레스토랑이고 지하1층은 뉴욕이나 런던에 있을 법한 식료품점 겸 카페이다. 치즈, 잼, 향신료 등 쉬 찾기 힘든 외국 식료품을 다양하게 갖췄으나 비싼 편이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식빵(White Bread·2500원), 통밀빵(Whole Wheat Bread·2500원)도 구워 판다. 레스토랑은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괜찮다. 파에야(스페인식 쌀요리)는 퍽퍽한 편. 아스파라거스와 관자구이 2만1000원, 해산물 파에야 3만7000원, 굴 크림 파스타 1만9000원, 한우 등심 스테이크 4만8000원. (02)792-6004, www.oleakitchen.com
▨티드빗(Tid Bit):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냉동보관하지 않으며, 3일을 넘긴 케이크는 팔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는 케이크 전문점이다. 매장 안 작업장,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케이크를 매일 만든다. 감자를 사용해 만든 티드빗 케이크(1쪽 6500원)는 고구마케이크와 비슷하지만 훨씬 덜 달고 담백하다. 치즈케이크 6500원, 당근케이크 6500원. (02)794-0123
▨보메(Baume): 티드빗과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해질녘 서쪽으로 내리뻗은 경리단길이 붉게 물드는 전경이 통유리로 아름답게 보인다. 좋은 재료를 섬세한 솜씨로 정성껏 요리하는 것이 입에서 느껴진다. 전채 훈제오리샐러드(1만8000원)와 메인요리 도미(4만5000원)·치킨 커리(3만8000원)가 괜찮았다. 전복 리조토(2만3000원)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전복이 적게 들어갔을 뿐 아니라 마늘과 후추 맛이 너무 강해 아쉬웠다. (02)794-7112, www.bau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