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자 미 정부가 이자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일(현지시각) 미국 국채조달자문위원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메리 밀러 미 재무차관은 국채 입찰 시 마이너스 금리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 자문단과 미 재무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의견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보고됐다. 월스트리트 자문단은 만장일치로 권고했고, 밀러 차관은 "마이너스 금리는 논리적으로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며 검토 의사를 밝혔다. 밀러 차관은 "다음 분기 만기 상환을 위한 국채 입찰이 실시되는 5월쯤에 최종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엔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6개월 만기 국채 39억유로어치를 -0.01%에 발행한 것.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작년 말부터 3개월 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그리스·스페인 등 유로존 일부 국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이들 국가가 발행한 국채가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의 취급을 받자,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독일 국채에 수요가 쏠렸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를 겪고 있음에도 달러 발권력이 있는 미국 국채 역시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면서 유통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3개월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일 현재 0.056% 수준이다.
박형민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는 여러 금융기관이 달러를 빌릴 때 담보물로 활용돼 이자를 못 받더라도 살 수밖에 없고, 독일 국채 역시 유럽에서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위해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경제 강국들이 '우리 국채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