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캠페인 덕에… 원전 3기 분량 전력 아꼈다

2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가로·세로 2m가 넘는 대형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력소비 현황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치솟기 시작했다. 기업·공장들이 업무 시작을 앞두고 난방시설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자 전력소비가 급증한 것. 바깥 기온은 영하 17.1도(서울 기준)까지 떨어져 2월 기온으로 5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강추위가 이틀째 계속되면서 이날 새벽부터 전력소비는 전날 같은 시간대보다 200만~300만킬로와트(㎾) 많았다. 전국에 있는 발전기 330대가 총동원돼 전기를 생산하거나 20분 이내에 발전할 수 있도록 비상대기에 돌입했다.

오전 9시를 넘기자 예비전력이 500만㎾대로 떨어졌다.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매뉴얼에 따라 각종 비상대책이 실시된다. 오전 10시에도 전력소비 그래프가 꺾이지 않자 한국전력은 각 방송사에 절전을 당부하는 자막방송을 요청했다. 오전 11시 반을 넘겨서야 예비전력은 600만㎾를 회복했다. 우려했던 전력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절전 캠페인으로 원전 2~3기 벌었다

이날 최대 전력소비(1시간 평균)는 오전 10~11시 사이에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기록은 작년 1월 17일(오전 11~12시)의 7314만㎾.

자연적인 전력증가 추세에 따르면 이날 전력소비는 작년보다 400만㎾가 더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날 최대 전력소비는 작년보다 69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이날 절전 캠페인으로 전력소비 230만㎾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절전을 통해 원전 2~3기를 돌려야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아낀 것이다. 또 미리 계약을 맺은 대규모 공장들이 조업 일정을 조정해 긴급히 100만㎾를 줄였다.

하루 중 최대 전력소비를 기록했던 시간대가 과거와 달라진 것도 절전 효과다. 과거 겨울철 최대전력 시간대는 오전 10~12시였다. 정부는 이 시간대에 맞춰 1만4000개 기업·공장에 대한 '10% 강제절전' 조치를 시행했다. 덕분에 올 들어 오전 10~12시 최대전력을 기록한 경우는 8일에 불과했다.

◇전력 보릿고개 8부 능선…안심 못해

예상치 못했던 2월 한파를 무사히 넘겼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겨울 '전력 보릿고개'는 이제 8부 능선을 넘었다. 정부는 '10% 강제절전'을 조기 종료한다는 방침이나 절전 캠페인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전력난은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

예상치 못한 발전기 고장도 변수다. 현재 전국 모든 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거나 비상대기 상태다. 사실상 100% 가동인 것이다. 일부 발전기는 정비 일정까지 미루고 투입됐다. 이 때문에 불시에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지난 9·15 대정전도 여름철 비상대책 시기가 끝나고, 발전기들이 동시에 대거 정비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한경 박사는 "지금까지 전력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와 달리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절전 대책과 체계적인 관리 덕분"이라며 "한시라도 방심하면 면 9·15 정전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