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기자들이 1호선 복구시간에 대해 따지자…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1도를 기록하며 2월 추위로는 55년 만에 가장 추웠던 2일, 서울 시민들은 갑자기 멈춰 서버린 지하철 탓에 출근길 전쟁을 치렀다. 시민들은 "이런 날 지하철이 멈추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모(41)씨는 "오늘처럼 추운 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정비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사고는 오전 7시 22분쯤 천안역을 출발해 서울 청량리역으로 가던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서울역 부근에서 전기 공급이 차단되면서 멈춘 것부터 시작됐다. 코레일 측은 혹한으로 인한 배터리 방전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코레일은 오전 8시 8분쯤 뒤따라 오던 열차에 고장 차량을 연결해 밀어내는 방식으로 열차를 군자차량기지로 견인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고장 차가 종로5가역에서 탈선하며 정상화가 더 늦어졌다.

고장 차의 제동장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한 상황에서 뒤 열차가 계속 미는 바람에 고장 차의 바퀴가 선로를 벗어난 것이다.

출근 시간대인데다, 서울 시내로 향하는 1호선이었던 탓에 이날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멈춘 전동차 탓에 밀려 있던 차량들이 도착하면서 서울역 주변은 직장인들로 가득 찼고 일부는 환불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휴대전화로 회사에 지각을 보고했다. 해운회사에 다니는 이모(여·21)씨는 "남영역에서 20분간 멈춘 지하철에 갇혀 있었다"며 "서울역에서 내렸는데 택시도 안 잡힌다"며 발을 굴렀다.

청량리행 지하철이 서울역에 멈추면서 중간에 내려야 했던 시민들은 서울스퀘어와 남대문경찰서 앞 도로에서 '택시 잡기 전쟁'을 벌였다. 곳곳에서 합승 실랑이도 이어졌다. 버스정류장에도 100여명이 추위에 떨며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고 원인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지하철 1호선은 사고 발생 약 4시간 30분 후인 오전 11시 51분쯤에서야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코레일은 팽정광 사장직무대행 명의로 "혹한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편과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종로5가역 탈선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복구가 완료돼서 참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2시간이 넘게 걸려서 복구된 것이 빠른 것이냐"고 묻자, 박 시장은 "그건 (사고 지하철을 관할하는) 코레일 측에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코레일 측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박 시장은 15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