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25일부터 150원 인상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25일 오전 4시부터 150원 오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설명회를 갖고 "현재 대중교통 운영기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승객 1인당 388원을 올려야 하지만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요금 기준으로 지하철·시내버스는 900원에서 1050원, 광역버스는 1700원에서 1850원, 순환버스는 700원에서 850원, 마을버스는 600원에서 75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오르지 않는다.

서울시는 2007년 이후 각종 요금과 물가는 오른 반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900원으로 동결, 5년간 누적 적자가 3조5089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인상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던 행정안전부는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지방자치단체장 고유 권한이다.

◇시장 바뀌면서 요금 인상 단행

지난 2010년 8월 김상범 서울시 경영기획실장(현 행정 1부시장)은 시 부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설명회를 여는 도중 "올해 지하철 요금을 200원 올릴 예정"이라고 불쑥 말했다. 서울시 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인 지하철 운영기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김 실장은 "실무적으로 검토한 바 있으나 연내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이전 발언을 철회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아무런 상의나 보고 없이 성급하게 발표했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오 시장 때도 실무진에서는 버스·지하철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꾸준히 건의했다.

그러나 여당 소속이던 오 시장은 정부가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였다. 물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 시장은 거듭되는 정부 요청을 뿌리치고 인상을 강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과 달리 정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서울시 요금 인상 폭은 16.6%(150원)"라며 "올해 3%대를 목표로 하는 물가 안정 대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이번 인상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를 0.08%포인트 상승시키며, 대중교통 요금은 서민 체감 물가와 직결하기 때문에 실제 타격은 이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경우, 연간 7만2000원가량을 더 내야 하게 됐다.

더구나 이날 지하철이 고장 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인터넷에서는 "오늘도 고장인데 웬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5분 이내 다시 타면 지하철 추가 요금 면제

서울시는 이날 서비스 개선책을 함께 내놓았다. 승객이 실수로 지하철을 잘못 탔거나 화장실 등을 가기 위해 외부로 나왔을 때 5분 이내 다시 개표하면 요금을 매기지 않는 시스템을 6월부터 운용할 예정이다. 현재 분실·도난 시 잔액을 돌려주기 위해 6월까지 기명식 교통전용 티머니카드도 선보일 계획.

지하철 전동차 안에 폐쇄회로(CC)TV를 7256대 설치하고, 현재 96명인 지하철보안관을 171명으로 늘리며, 전동차 스테인리스 의자도 편안한 재질로 교체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이번 인상을 계기로 버스업체와 지하철 공사에 경영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경영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급 이상 간부 성과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도록 하거나, 임원 수를 줄이는 등 책임을 묻기로 했다.

버스업체에 주는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대표 이사 인건비에 한도를 설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한 자구책이 대부분 업무비나 사무용품 절감, 개인 물컵 사용, 에너지 절약, 행사비 축소 등 지엽적인 내용이었고,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 운영 효율화 같은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지하철은 인원을 줄여도 미흡한데 해고자 복직을 추진한다는 게 앞뒤가 맞느냐"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