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포탄 파편 3㎏ 나왔다니… 부모 심정으로 그들을 그렸어요

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산시 한 상가 건물 2층 작업실. 서양화가 이주희(53)씨는 한 청년의 미완성 초상화를 마주한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붓을 들어 그림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림 속 청년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이었다.

"인물 분위기를 담으려는 거죠."

이씨는 제2연평해전 10주년을 맞아 오는 3월 22~28일 안산 단원전시관에서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 추모전'을 연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의 기습 포격으로 시작된 남북 간 해전으로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전사했다.

이씨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초상화를 그리게 된 것은 해군에서 함정 근무를 했던 남편(김용득·61)의 권유 때문이다. 남편 김씨는 "2010년 제2연평해전 8주년 기사를 보고 박동혁 병장이 제 딸 고교 1년 후배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내에게 박 병장 초상화를 그려 유족에게 보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병장 유족에게 연락해 명함판 사진 1장을 건네받아 아내에게 전했다. 이씨는 "박 병장을 화장할 때 몸에서 포탄 파편 3㎏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같은 부모의 심정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6개월 만에 완성한 박 병장 초상화는 작년 6월 초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안산 국제아트페어'에서 첫선을 보였다. 박 병장 아버지 박남준(57)씨와 어머니 이경진(56)씨는 그림 속 아들을 보고 "생전 모습과 똑같다. 동혁이가 살아온 것 같아…"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박 병장 부모를 통해 나머지 제2연평해전 전사자 5명의 부모들이 이씨에게 아들 초상화를 부탁했다.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70)씨와 어머니 황덕희(68)씨는 "우리 애들 어떻게 갔는지 잘 모르시죠?"라며 연평해전을 다룬 책을 선물했다. 이틀 만에 그 책을 읽은 이씨는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전사했는지 알고 나니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그래서 추모전을 계획했다고 했다.

작년 3월 천안함 폭침 1주기 추도식에서 고 나현민 상병과 고 한준호 준위 초상화를 그려 유족에게 전하기도 했던 이씨는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젊은 장병들이 너무 빨리 잊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