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많은 순창, 풍수기행 어떤가요"

"순창은 군청사부터 마음을 편안히 해줍니다. 물려받은 동헌 터, 오랜 나무들도 운치를 더해 후세에 문화재로 전해질 겁니다."

풍수학자인 최창조(62) 전 서울대교수는 "순창군청을 낙후의 표본으로 삼지 말라. 리모델링하거나 별관을 짓더라도 긴 안목으로 보존하라"는 조언으로 본론에 들어갔다. 강의는 해박한 지식이나 견해라기보다 차라리 소박하고 따뜻한 격려였다. 그는 1일 전북 순창군 주민자치대학에서 '순창의 지리적 특성과 관광발전 방안'을 놓고 쉽고 명료하게 강의를 이어갔다.

"안온한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 명당입니다. 순창은 국내 어느 곳보다 명당이 많은 곳입니다."

그는 "한글학회가 펴낸 '한국지명총람'은 순창의 명당을 30곳 넘게 소개한다"며 "이처럼 많은 명당을 지닌 곳은 순창이 유일하며 거의 마을마다 명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의 설화가 와전돼 대기업 용인 진출을 거들었지만, 이 정도면 '사거순창(死居淳昌)'이란 말도 힘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 의식 저변에 깔린 명당에 대한 관심을 관광마케팅에 활용, 순창에 풍수기행 코스를 만든다면 색다른 여행상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남원·임실과 한 관광코스로 묶으면서 풍수 해설사를 배치하면 순창은 1, 2박 묵어가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순창 회문산은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로 오선위기(五仙圍棋)형 명당을 품은 것으로 조선후기 홍성문 등 많은 풍수가들이 전해왔다.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지세라는 이 명당은 그러나 근세 이후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최 전 교수는 "이 명당을 찾도록 동기를 만들어주면 이 역시 풍수기행을 유인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당에 살려면 자본(돈)이 있어야 합니다. 명당은 그러나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는 곳에 정을 쏟고 만족을 얻으면 명당이 됩니다." 그는 "제가 사는 아파트 1층은 값이 싸고 눈 앞에 정원이 있으며 화재시 쉽게 피할 수 있고 정전 때 고층까지 걸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며 "주변 환경에 흠을 찾지 말고 자꾸 칭찬하라"고 했다. 그는 "척박한 땅에 명당이 많다는 말은 어려운 생활토대를 극복하면서 더 많은 인재가 길러졌음을 증언하는 금언"이라고 했다.

그는 "썩은 물이 흐르던 하천을 개수해 철새를 모이게 하듯 중병이 든 땅은 적정하게 치유해야 한다"며 환경보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했다. 또 "풍수는 가로와 공터를 정비하며 조경 수종을 선택하는 일부터 시작된다"고도 했다. 그는 "순창이 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사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어 적절한 숙박시설과 놀이터를 유치하고 고추장에 이어 다른 황금특화작목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로 취임 100일째인 황숙주 순창군수는 "돈 버는 농촌을 만들고 기업유치로 일자리를 늘리는 시책 못지 않게 역사문화의 고장으로서 자랑거리와 긍지를 갖는 일도 절실했다"며 최 교수 초청 강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강천산·용궐산·향가지구 등의 관광·휴양 자산을 넓히면서 지역 문화·역사·생활유산들을 잘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