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간 디자이너 8명… "한국 패션은 예술이다" 극찬 들어

"신체와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패션을 예술로 끌어올렸다."(안나 오르시니·영국패션협회 이사)

"생소한 디자인의 옷이 '아름다움'을 새롭게 정의했다." (패트리샤 프로스트·크리스티 경매소 섬유 의상부문 감독)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주영(駐英) 한국문화원에서 현지 패션계 인사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개막한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한국전'을 관람하고서였다.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는 영국문화원과 영국패션협회가 7월 열리는 런던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패션 전시회. 일종의 '올림픽 패션 전초전'인 셈이다. 19개국에서 떠오르는 패션디자이너들의 작품을 28일까지 런던 주재 각국 대사관이나 문화관에 전시한다. 한국이 1일 처음으로 전시를 열면서 행사의 첫단추를 끼웠다. 이날 전시엔 계한희, 고율희, 구원정, 김민주, 김예신, 조아라, 하재민, 한주희 등 20∼30대 패션디자이너 8명이 참여해 끼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거대한 손이 남자의 몸통을 움켜쥔 듯한 가죽재킷, 양 무릎 사이가 붙어 있어 다리를 벌릴 수 없는 드레스, 렌즈 대신 동전을 채운 안경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입어 화제가 됐던 조아라의 '보닝(boning) 드레스' 시리즈. 코르셋처럼 뼈대(bone)를 만들고 신축성 강한 라이크라 소재를 쓴 드레스다. "몽롱한 최면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기 힘든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옷에 남자들의 로망인 '식스팩 복근'을 누빔으로 넣고, 장기(臟器)를 그려 넣은 남성복 디자이너 계한희의 작품도 호평받았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동전을 액세서리로 활용한 하재민의 의상도 주목받았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과장된 눈망울을 가진 가면을 활용한 김민주, 미라 붕대를 연상시키는 가로 줄무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원정도 전시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소재의 자유로운 활용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김예신은 산호에서 영감을 받아 구슬 장식과 다채로운 색깔이 화려하게 들어간 옷을 선보였고, 한주희는 평범한 유럽 가정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커튼, 쿠션, 양탄자 등에 쓰이는 소재로 니트 의류를 만들었다.

전시를 기획한 주영한국문화원 홍지혜 큐레이터는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실험정신과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작품들에 현지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