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서?… 뿌리찾기 여행 가보세요"

"시조가 어떤 분이며, 가문을 빛낸 분은 누가 있는지 아세요? 여러분의 궁금증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양반의 고장' 대전에는 효(孝)를 테마로 한 전국 유일의 뿌리공원과 한국족보(族譜)박물관이 있다. 1997년 조성된 대전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은 전국 각 문중의 성씨 관련 조형물이 서 있다. 뿌리공원 내 족보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1733㎡ 규모로 2010년 문을 열었다. 족보박물관은 각 문중과 개인이 소장하던 고문서·족보 등 4600여점의 유물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 문중별 역사를 살피기 위해 오는 방문객은 연간 30만명에 이른다. 이곳에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아이들 등 3대가 함께 와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받아적고 사진을 찍으며 뿌리 찾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전국 어디서든 찾아오기도 편리하다. 대전남부순환도로 안영IC에서 나와 시내 방향으로 1㎞만 가면 된다. 주차비와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가족과 뿌리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소중한 족보 문화를 한눈에

한국의 족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대한 가계(家系) 기록이다. 기존 역사 서술에서 찾기 힘든 사람에 대한 기록이자 미시사적 관점에서 한 가정이 시대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살필 수 있는 좋은 사료다. 이 같은 족보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사적으로 보관되던 족보를 공적인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시설이다.

특히 대전은 우리나라 전체 족보의 90%를 제작하는 족보 전문 출판사 '회상사(回想社)'가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해평 윤씨 대동보' 발간에 맞춰 회상사를 찾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령 박씨 대동보' 발간 때 '친화(親和)'라는 친필 휘호를 써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족보 관련 인프라가 대전에 족보박물관을 만든 배경이 됐다.

한국족보박물관은 5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시청각실, 정보자료실, 문중협의회실, 세미나실 등을 갖췄다. 제1전시실은 족보에 기록된 가계의 체제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씨족의 의미와 성씨(姓氏)의 탄생, 혈통 계열을 나타내는 본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전시실에서는 족보의 간행 체계를, 3전시실에서는 족보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4전시실에 가면 왕실족보, 돌에 새긴 족보, 비석족보, 휴대용 족보 등 다양한 형태의 이색적인 족보를 구경할 수 있다. 5전시실은 나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성씨 유래비 찾아보기, 승경도 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한자가 많아 어렵게 느껴지는 점을 고려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설명해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성씨 일람표와 항렬표, 촌수 따지는 법, 족보 찾아보기 연습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풍성하다. 현전(現傳)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로 알려진 '안동 권씨 성화보'(1476년 간행) 등 오래된 족보도 전시 중이다.

족보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선 오는 3월 4일까지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역사인물을 족보를 통해 살펴보는 '족보로 보는 드라마 이야기'가 열린다.

◇"내 성씨 조형물은 어디에?"

족보를 공부했다면 뿌리공원에 가보자. 자신의 성씨 조형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문중이 직접 참여해 특색 있게 만든 136개 성씨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각 성씨 조형물에는 시조를 비롯한 문중의 유래, 문중 대표 인물, 후손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자연스럽게 경로효친(敬老孝親)을 깨닫게 해주는 유익한 학습장이다.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수변무대와 잔디광장, 팔각정, 삼림욕장 등도 고루 갖춰져 있다.

매년 5월 말엔 '뿌리문화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280여 성씨의 대표 문중이 참여하는 문중체험관, 문중 퍼레이드, 성씨 축원제, 문중 요리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족보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42)581-4445, http://ppuri.djjungg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