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나 타령이나 이제는 다 한국음악"

1978년 초 김포공항 입국 심사대. 세관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시 36세이던 송방송(宋芳松·70)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주섬주섬 꺼내놓은 것은 종이카드(가로 8.6㎝, 세로 5.35㎝) 2000여장. 카드에는 '밀양아리랑: 밀양의 명소인 영남루와 아랑의 설화를 주제로 한 통속민요' '악학궤범: 조선시대 의궤와 악보를 정리해 편찬한 악서' '고병찬: 해금명인'등 국악 용어가 손글씨로 빽빽이 쓰여 있었다. 캐나다 맥길대 음대에서 조교수로 일하다, 국립국악원장을 맡아 귀국하던 길이었다. 세관원이 물었다. "외국 가서 음악 공부했다는 사람이 이런 걸 왜?"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송 교수를 만났다. 그는 "유학을 갔지만 내 뿌리는 국악(서울대 국악 학사·석사)이기에 한국 논문을 계속 읽으며 10년간 만든 용어 카드들이었다"고 했다.

한국음악사 연구에 매진해온 송방송 교수가 최근 '한겨레 음악인 대사전'(보고사)을 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음악인 9700여명의 이름과 활동을 정리한 인명사전이다. '한국근대음악인사전'(2009) '조선음악인열전'(2010) '한국현대음악인사전'(2011)에 이어 네 번째다. 40년 넘게 쌓아온 카드, 방송자료와 유성기 음반, 조선일보·동아일보와 100여종의 월간지·계간지를 훑어 예술인들의 활동을 1년 단위로 정리했다.

가장 오래된 인물은 고조선 시대 '공후인'을 작곡한 공후 연주가 여옥, 가장 최근 인물은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1916~ 1965) 등이다. 제목을 '한겨레 음악인 대사전'으로 정한 까닭은 북한과 중국의 조선족 음악인도 포함시키고, 국악뿐 아니라 클래식·대중가요·무용 등도 망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클래식의 '오 솔레미오'는 대단하게, '창부타령'은 우습게 보지요. 잘못된 음악관입니다.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 마시며 만들고 부른 이상 한국음악이란 우산 아래에 국악, 클래식, 기타 다 집어넣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