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90년간 성실히 살게한 원천은 日記"

대구에서 '성서 조약국'으로 불리는 달서구 감삼동 흥생한의원 조경제 원장은 올해 나이 아흔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부모님 영정 앞에 향을 피운다. 그러곤 "오늘도 성실하게 진료하겠습니다"하고 다짐한 뒤 하루 일을 시작한다.

"세상에 있는 동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야지요. 내 책을 읽고 누군가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그가 최근 90년 인생을 정리한 책, '성서 조약국―흥생한의원 이야기'를 펴냈다. 총 270쪽에 사진을 300장 넘게 담았다. 부모님과 어릴 적 추억, 가난하지만 치열했던 젊은 날, 그리고 이후 환자와 지역과 더불어 지내온 이야기들을 담았다.

조 원장은 이미 '내 고향 감삼골' '홍안 회고록' '푸른 숲' 등 3권의 책을 냈다. 모든 내용이 반세기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가 바탕이 됐다. 그는 "30대에 한의원을 개원할 때 부모님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셨지요. 그러자면 일기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주욱 써온 겁니다."

조 원장은 대구에서 농부의 2남3녀 중 둘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마쳤다. 하지만 독학 끝에 1954년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개원했다. 70년대에는 경북한의사회 회장을 맡았고,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침구학술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 1995년 케이블TV 푸른방송을, 2000년에는 달서구문화원을 설립했다. 또 경로당을 짓고, 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