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투탕카멘 보물… 그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28일 밤, 수도 카이로 한복판에 있는 이집트박물관이 털렸다. 혼란을 틈타 박물관에 침입한 범인들은 닥치는대로 '반짝이는' 것들을 집어들었다. 투탕카멘 조각상 2점을 비롯해 네페르티티 왕비상, 아케나톤 석회석상, 아마르나 공주 두상…. 범인들은 로프를 타고 박물관 지붕을 통해 들어와 유물을 가지고 화재 비상구로 빠져나갔다.

◇투탕카멘의 보물, 도둑맞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금'이었습니다. 그날 박물관 내부는 너무 어두워 사물을 제대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유리장을 열어 금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조각상과 청동상들을 훔쳐갔어요. 시위대나 폭도가 아니었고 전문 유물털이범들도 아니었어요.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었죠. 처음에는 박물관 바깥쪽에 있는 기프트숍에 침입해 금붙이를 모두 털었고, 뒤쪽 비상계단을 찾아 박물관 천장으로 올라간 후 전기 와이어를 타고 내려왔어요."

지난달 13일 카이로에서 만난 자히 하와스 전 이집트 고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은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카이로 박물관이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박물관을 보호해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을 받았지만, 그날 밤 거리는 정부에 의해 통행금지된 상태라 다음날 아침까지 갈 수 없었다"고 했다. 29일 아침 그가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 다행히 거대 석상들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도 안전했다. "도둑들은 가져가기 쉬운 작은 조각상들만 54점을 훔쳐갔고 그중 18점이 중요한 유물이었다"며 "그중 일부는 다음날 가방에 담겨 박물관으로 되돌아왔고 어떤 유물은 누군가 팔려고 시장에 내놓은 것을 찾아냈지만 28점은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투탕카멘 무덤 속 '보물의 방'에서 발견됐던 조각상 2점이 사라진 것. 작은 배에 올라탄 투탕카멘 왕이 발을 내디디며 창을 던지는 동적인 장면을 포착한 '보트를 탄 왕의 상'과 투탕카멘이 멘케레트 신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모습인 '왕을 떠받치고 있는 멘케레트 신상'. '보트를 탄 왕의 상'은 금박을 입힌 상반신만 도난당했다가 두 달 뒤 반환됐고 이후 보존처리를 거쳐 다시 전시되고 있으나 '왕을 떠받치고 있는 멘케레트 신상'은 지금껏 찾지 못했다. 현재 카이로 이집트박물관의 그 조각상 자리에는 빈 유리장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잃어버린 보물을 한국에서 생생하게

조선일보가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전(展)에서 이 두 조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어쩌면 이집트 현지에서도 영원히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왕을 떠받치고 있는 멘케레트 신상'을 실물과 똑같은 복제품으로 한국에서 감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집트 정부의 공인하에 독일 학자와 기술진이 투탕카멘의 무덤과 보물 1300여점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실물과 똑같이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사연 많은' 두 조각상이 전시장 한복판에 함께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두 점 모두 금박을 입힌 목상(木像). 청동과 유리, 흑요석으로 상감했다.

▶2월 26일까지 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 (02)3677-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