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최신 의학지식 배우러 간다더니… 성형醫로 둔갑했네

우리 병원 이름은 '내과의원'이지만 진료과목은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피부과다. 의료법상 내과전문의가 있어야만 '내과의원'이라고 쓸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진료과목은 의사가 진료할 수 있는 과목을 말한다. 하지만 동네의사에게는 진료할 수 없는 환자들도 꽤 온다. 병원의 특성상 노인 환자들이 많은데, 노인들은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찾아와서 이것저것 진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장 곤혹스러운 경우는 환자가 산부인과·안과·정형외과에서 물어야 할 질문을 할 때다. 솔직히 말해 그 과목들에 대한 내 지식은 인턴 시절로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사의 진찰이 중요한 외과 계열이나 기구와 장비가 있어야 하는 안과·산부인과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나를 믿고 오는 환자들에게 무조건 "전문가에게 가보라"고 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내 진료과목이 아닌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도 계속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도움을 받기 쉬운 것이 바로 연수강좌다.

대개 각 학회가 주최해서 한 대학병원의 교수진들이 강의하는 연수강좌는 1차 진료를 맡고 있는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열린다.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전국 어디에선가 개원의를 위한 연수강좌가 열릴 만큼 강좌가 많다. 강좌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천을 거듭해 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개 자기 과의 최신 지식을 소개하는 강좌가 많았다. 이런 강좌는 최신 논문을 접하기 어려운 개원의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얻었지만, 실제 환자를 보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당시 가장 인기 높은 강좌는 가정의학과 학회의 연수강좌였다. 의사 수가 늘고 개인의원이 늘어나면서 개원의들의 형편이 어려워지자, 전공과 상관없이 환자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내과 외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른 과 질환을 강의하는 방식이 생겼다. 강좌 제목도 '내과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피부질환'이라든가 '당뇨 환자들의 정형외과적 변화' 같은 것이어서 내과의사들이 실제 맞부딪치는 문제들이었다. 몇몇 연수강좌들은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성형과 미용에 대한 연수강좌가 늘어나는 현실은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런 강좌는 수강료도 매우 비싼 편이고, 강좌 현장에 성형 환자를 데려와 수술을 '라이브'로 중계하며 가르쳐 준다. 이런 연수강좌에 성형이나 미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공부한 전문의들이 쫓아다니다가 성형·미용과목으로 의원을 열기도 한다. 이때는 '○○○성형외과'라고 간판을 바꿔달 수 없다. 전문의가 아니어서 의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대신 진료과목에 '성형외과'를 써넣고, 병원명은 '○○○의원'이라고 오히려 뭉뚱그려 전공과목을 감춘다. 쉽게 말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