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꼴찌'…퇴직연금 수익률이 고작 4%대

지난해 은행들이 운용한 퇴직연금(키워드) 수익률이 4% 중반대에 그쳤고,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의 수익률이 꼴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하나은행의 수익률(연 4.62%·운용수수료 제외)이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4.58%) 우리은행(4.55%)이 뒤를 이었고, 국민은행(4.45%)의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또 다른 대표 상품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신한은행(4.53%)이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4.31%), 하나은행(4.28%), 국민은행(4.15%) 순이었다. 이 같은 수익률은 지난해 물가상승률(4%)이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4.09%)를 간신히 웃도는 것이다.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운용해 오던 퇴직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한 결과다. 별반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은행들은 통상 연 0.5~0.6% 정도를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로 떼고 있다.

재작년까지 퇴직연금 수탁고에서 은행권 1위를 고수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작년 말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 수탁고 현황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4조882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4조7212억원), 우리은행(4조3325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 3개 은행의 퇴직연금 수탁고를 합하면 14조원에 가까워 전체 은행권 퇴직연금 수탁고 26조원의 절반을 넘었다.

은행들이 운용하는 개인연금 수익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채권에만 투자해 수익을 내는 채권형 연금신탁의 경우 16개 시중은행 21개 상품 평균 수익률이 3.03%에 불과했다. 이 중 9개 상품은 수익률이 2% 대에 그쳤다. 은행의 저조한 운용실적은 지난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4.6%)과 비교해 보면 뚜렷이 드러난다.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란 건 마찬가지인데 은행권의 수익률은 증권사 상품의 3분의 2에 그친 것이다.

자산의 10% 이내를 주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안정형 연금신탁 15개 상품 평균 수익률은 채권형 상품보다 낮은 1.57%에 그쳤다. 15개 중 6개 상품의 1년 수익률이 1%도 채 안 됐다. 현재 은행 연금신탁 수수료는 연 0.7~0.9%에 달한다. 1% 미만 수익률을 올린 연금상품의 경우 은행들이 자산운용의 대가로 떼간 수수료나 고객에게 돌려준 수익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익을 기록해 놓고 1%에 가까운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가는 연금상품의 수수료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기업이 회사 내에 적립해 뒀다가 퇴직자에게 일시금으로 주던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바꿔, 금융회사에 맡겨 퇴직금을 운용하게 하고 그 돈을 퇴직자에게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다.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이 대표적인 형태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단체로 연금의 운용기관을 정하는 것이고, 확정기여형은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운용기관을 지정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