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2兆… 영국계 자금, 한국주식 사들인다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영국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선 이를 두고 외국인 투자금 유입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란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올 때 영국계 자금이 선도하고 미국계 자금이 뒤따라 왔고, 지난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때도 영국계 자금이 선도한 만큼 영국계 자금의 재유입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복귀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발 빠른 영국계 자금, 다시 돌아왔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6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 중 유럽계 자금이 3조원이고, 그중 영국계 자금이 2조원에 달했다. 미국계 자금은 1조7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영국계 자금이 2조원 이상 순유입된 적은 2008년 10월(2조1500억원), 2009년 9월(3조2500억원) 이후 처음이다. 2008년 이후 우리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평소 미국계가 40%, 영국계가 10% 정도 비중을 유지해왔던 터라 이번 영국계 자금의 유입 강도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영국계 자금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작년 국내 증시에서 총 9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계는 순매수한 반면 유럽계가 12조원을 순매도(영국계 6조원)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증시 주변에선 최근 영국계 자금의 재유입을 놓고 떠났던 철새(외국인투자자)가 다시 돌아오는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영국계 자금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단기성 자금이 많고 다른 자금보다 빠른 행보를 보이는 속성이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계 자금의 움직임은 미국계 자금보다 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고, 그 중간 속도로 다른 유럽계 자금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며 "매수세도 2~3개월 정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영국 외 유럽계 자금과 미국계 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이 500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은행권에 풀어 유동성이 풍부해짐에 따라, 저평가된 신흥국 주식과 통화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은행·화학·철강 많이 산다

영국 외의 유럽계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어떤 종목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0~2011년 유럽계 자금(영국 제외)이 심하게 유출됐던 당시 외국인이 많이 팔았던 종목 중 최근 지분율이 회복되고 있는 종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작년 외국인이 많이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고 있는 종목들은 삼성엔지니어링·대림산업·한국타이어·베이직하우스·OCI 등이 대표적"이라면서 "업종별로는 은행·화학·철강 쪽의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