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장과의 약속 지키러 베링해협 도보 횡단 나섭니다

"히말라야에서 돌아오지 못한 박영석 대장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탐험가 홍성택(46) 대장이 한국인 최초의 베링해협 도보 횡단에 도전한다. 홍 대장은 1993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1994년 남극점, 2005년 북극점을 등정한 3극점(남·북극, 에베레스트) 등정자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그린란드 종단 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베링해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바다다. 최단 거리가 88㎞ 정도여서 수만년 전 빙하기에 아시아인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갔던 '몽골리안 루트'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는 빙판이 얇고 폭풍이 심해 유명 탐험가들도 고개를 젓는 난코스다. 숱한 원정대 중에서 베링해협을 건넌 팀은 세계적으로 두 팀밖에 없었다.

홍 대장이 도전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고(故) 박영석 대장과의 약속 때문이다. 박 대장은 2007년 3월 베링해 횡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홍 대장은 "2년 전 영석이 형과 베링해를 함께 건너자고 약속했다"며 "이제 영석이 형은 없지만,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고 했다.

홍 대장을 비롯한 탐험대 6명은 8일 출국해 15일쯤 러시아 동쪽 끝 우엘렌에서 횡단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름에 걸쳐 빙하를 걷고 바다를 헤엄쳐 알래스카 웨일스로 가는 여정이다. 홍 대장은 "유빙이 수시로 강풍에 떠밀려 내려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350㎞ 이상 걸어야 한다"며 "지금껏 쌓은 경험과 전략을 모두 쏟아부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