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컴퓨터가 펀드 매니저보다 낫네"

"억대 연봉의 펀드매니저보다 컴퓨터가 투자를 더 잘하네요."

모 은행장은 최근 '시스템 매매' 방식의 주식 투자로 3개월 만에 13%의 수익을 올렸다. 시스템 매매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 매매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즐겨 구사하는 투자전략 중 하나다. 이 은행장은 주식 계좌에 1000만원을 넣어 놓고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빠지면 '레버리지 ETF'(지수 상승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는 상장지수펀드)를 사고, 30포인트 오르면 파는 주문을 컴퓨터에 설정해 놓고 계속 자동거래를 했더니 큰 수익을 낸 것이다.

강남의 자산가 이모씨 역시 시스템 매매로 1억원을 투자해 1년 3개월간 30%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특정 주식의 매수주문이 많아지면 주식을 더 사고, 매도주문이 늘어나면 팔라는 규칙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다. 이씨는 "직접 투자나 펀드 투자로는 얻기 힘든 고수익을 올려, 다양한 시스템 매매 방식을 더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 VS 컴퓨터, 컴퓨터가 승리

최근 시스템 매매가 주목받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위험을 낮춘 절대수익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매매를 활용한 펀드들이 최근 2년 사이 급증했고, 우리투자·대신·동양·하이·리딩투자증권은 아예 투자자가 직접 매매규칙을 개발해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매매 전용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년 전 국내 처음으로 서울 강남에 시스템 매매 전용 센터(S&G센터)를 세웠다. 이 센터는 투자자가 직접 다양한 매매규칙을 개발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달에 5~10회 무료 교육을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1000여명이 다녀갔다. 현재 이 센터의 주식 거래 규모는 총 1500억원인데, 이 중 20~30%가 시스템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김성신 우투 강남 S&G센터장은 "조건 설정만 잘 해놓으면 사람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컴퓨터가 투자하는 게 훨씬 수익률이 좋다"며 "과거 20명의 투자자가 컴퓨터 시스템 매매와 수익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컴퓨터 시스템 매매의 수익률이 월등히 좋았다"고 말했다.

◇시스템 펀드도 인기

최근 2~3년간 시스템 매매 전략을 쓰는 펀드도 크게 늘었다.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시스템매매 전략 펀드의 자산운용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수익률도 시장 평균에 비해 나은 편이다. 최근 6개월간(6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7.7% 하락했지만, 시스템 매매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대부분 2~4%대다. 예컨대, 한국투자연속분할매매고편입 펀드는 6개월간 6.2%, 하나UBS FirstClass오토시스템 펀드는 5.0%의 수익을 올렸다.

☞ 시스템 매매

투자자가 정해 놓은 매매 규칙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으면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규칙에 맞게 이뤄지는 거래.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오를 때 주식을 30만원어치 팔고, 30포인트 빠질 때는 50만원어치 사라는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